한 군인이 영국·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프랑스명 스칼프)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지 하루 만에 영국이 지원한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를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을 향해 발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20일(현지시각) 서방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배치한 것에 대응해 스톰 섀도 미사일 사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원한 서방 당국자는 영국 정부는 이런 러시아의 움직임을 확전 시도로 간주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9일 러시아 남서부 브랸스크 지역에 처음으로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하루 만의 추가 공격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마리노 마을 거주민들이 스톰 섀도 미사일 파편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작전 Z: 러시아 봄의 군사통신원’도 스톰 섀도가 이날 오후 3시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쿠르스크의 러시아 릴스크-리고프 고속도로 근처를 타격했다고 주장하며 폭발이 일어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시작해 일부 점령지를 만든 곳으로, 미국과 한국 국가정보원 등은 북한군도 쿠르스크에 배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영국 정부나 우크라이나, 러시아로부터 스톰 섀도 공격 여부 등에 대한 공식 확인은 나오지 않았다.
스톰 섀도(프랑스명 스칼프)는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 사거리는 250㎞ 가량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에 대한 러시아 공격을 허용한 뒤 스톰 섀도에 대한 제한도 풀릴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지난 18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가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리하게 놔둘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 본토를 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서방의 무기가 사용되면서 러시아가 보복에 나설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미국대사관은 “러시아의 공습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며 하루 동안 대사관을 폐쇄했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대사관도 이 조치를 뒤따랐다. 미 대사관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이전한 이래 한 번도 문을 닫은 적이 없었다고 시엔엔(CNN)은 보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한 텔레그램 채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알에스(RS)-26을 발사할 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지만, 해당 채널은 핵탄두 없이 러시아가 이를 시험발사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보도했다. 현지 매체 ‘알비시(RBC) 우크라이나’는 이런 정보의 출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전략과 군사 수송 항공기를 감시하는 전략 통제 채널로부터 경고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군사 분석가들은 이런 소식이 서방에 힘을 과시하기 위한 크렘린의 심리적 압박 전술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