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러시아제 우라간 다연장 로켓이 우크라 지역의 한 작전지역에서 발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 인구 1천만명 줄고 영토 ¼ 지뢰밭…러시아도 인플레 등 골병 신호
北파병에 새로운 국면…美,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 허용하면서 긴장 고조
‘조기종전’ 공언 트럼프 당선, 중대 변수…휴전협상 염두 ‘땅따먹기’ 격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9일(현지시간)로 1000일을 맞았다.
현격한 전력차로 단기전이 된 것으로 보였던 이번 전쟁은 서방의 전폭적인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사이 양측의 인적, 물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지원에 나선 북한군의 파병, 우크라이나군의 숙원이었던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 허용, 조기 종전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등으로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우크라, 사상자 100만명 추산…우크라 막대한 피해, 러시아도 인플레 등으로 ‘골병’ 신호= 전날 유엔 발표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만2164명이다. 그중 600명 이상이 어린이였다. 부상자는 최소 2만6천87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공식 확인된 수치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주요 민간, 에너지 인프라가 러시아의 표적이 되면서 주민들의 기초적인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시설 최소 580곳이 파괴됐고, 교육시설도 최소 1천358곳이 피해를 입었다.
국토의 약 4분의 1은 지뢰로 오염됐다. 스위스 국토의 4배 크기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묻힌 국가가 됐다.
여기에 약 400만명의 국내 피란민이 발생했고, 680만여 명이 조국을 떠났다.
인구는 전쟁 전의 4분의 1 수준인 1천만명이 줄었다.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사무차장은 성명에서 "1천일이 지나도록 이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치열한 전투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점점 더 휩쓸고 있고 도시, 마을, 지역 전체가 폐허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경제적 피해도 막대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경제는 전쟁 전의 7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쟁 첫해인 2022년 국가총생산(GDP)은 3분의 1 감소했다. 주요 산업이었던 철강, 곡물 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역시 피해가 적지 않다.
군사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러시아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1%로 올렸다. 20여년만의 최고치다.
공식 집계된 사상자 수는 없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러시아군의 하루 사상자가 1200명 이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러시아군 사상자는 7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약 1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전사자가 늘고 출산율은 떨어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대가족을 장려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더욱 격해진 전황…북한군 참전·美장거리 미사일 변수로= 전선에서는 격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반 러시아의 공세를 버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사 지원을 등에 업고 기세를 올렸다. 고전하던 러시아는 작년 말부터 공격을 강화해 지난 2월 동부 도네츠크의 격전지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했다. 러시아군은 계속해서 자포리자, 헤르손, 루한스크 등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붙이며 다른 요충지들도 노리고 있다.
지난 8월 기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일부 영토를 내준 쿠르스크 탈환도 노리고 있다.
여기에 북한군까지 가세했다.
최근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였던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무기뿐만 아니라 병력 지원에 나서면서 북한군 참전은 전쟁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에 1만∼1만1천명의 병력을 보낸 것으로 추산한다.
또 러시아는 북한에 파병 대가로 핵무기 고도화를 위한 군사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일 쿠르스크에 약 1만1천명의 북한군이 배치됐으며, 이 중 일부가 전투에 투입돼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 파병은 미국의 대응에도 변화를 줬다.
조 바이든 미 정부는 그동안 미뤄오던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에이태큼스)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최근 우크라이나에 허용했다.
사거리 약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를 활용한 러시아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거듭 요청해왔던 사안이다. 확전을 우려해 결정을 보류했던 바이든 정부는 북한군 파병에 대응해 허용으로 돌아섰다.
영국에서도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 사용 제한을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결정에 러시아는 ‘3차 대전’을 거론하며 "도발 행위"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동원해도 전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군이 본격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쿠르스크의 전투는 한층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종전’ 공언 트럼프 취임 두달 앞…휴전·확전 기로= 당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입장이 팽팽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점령지를 러시아의 새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들 지역을 되찾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두달 후엔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 2기가 취임한다. 이에 따라 전쟁은 휴전이냐 확전이냐 기로에 놓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자신이 취임하면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 영토를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포기하는 조건으로 종전을 압박하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2개월 후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후 우크라이나가 계속해서 미국의 지원은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후 상황은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협상으로 전쟁을 끝내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에 공감이 커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달 초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상은 이러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했으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푸틴 대통령과 2년 만에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레제프 타이지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현재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현재의 전선을 유지한 채로 전쟁을 끝내자고 제안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군의 철군과 나토 가입 포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 우크라이나의 비동맹·비핵 지위 보장 등을 휴전 협상 개시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러시아의 ‘담판’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트럼프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며 정상 차원의 담판 외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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