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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 도시 시돈의 한 학교에 머물던 피란민들이 26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레바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작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

레바논 남부 도시 시돈의 한 학교에 머물던 피란민들이 26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있다. 레바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작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레바논에서는 3700여 명이 숨지고 1만5600명 이상이 다쳤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휴전 협상이 26일 전격 타결됐다. 지난해 10월 8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발발한 지 416일 만이다.

27일 CNN·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소집한 안보 내각은 전날 오후 8시(현지 시각) 표결을 거쳐 찬성 10명, 반대 1명으로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최종 승인했다. 곧이어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각각 휴전을 공식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승인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헤즈볼라를 수십년 전으로 퇴보시키는 데 성공했다”며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고위 지휘관들, 수천명의 테러리스트를 모두 제거했으며 그들이 국경 인근에 구축한 군사 기반시설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했다. 이어 “헤즈볼라와의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이 재충전할 시간을 벌고,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헤즈볼라 등과 함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 무장 세력의 일원이다. 헤즈볼라는 이번 전쟁을 일으키면서 지난해 하루 앞서 이스라엘을 기습한 후 전쟁 중인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구실을 내세웠다.

휴전 성사로 양측의 교전과 공습은 27일 오전 4시부터 ‘1차 과도기’인 60일간 중단됐다. 이 기간에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영토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하고,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리타니강과 유엔이 약 130㎞에 걸쳐 설정한 사실상의 국경인 ‘블루 라인’ 사이에는 레바논 정부군 5000여 명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이 주둔한다. 이들은 헤즈볼라가 국경 지대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을 확인하고, 군사 시설을 재건할 수 없도록 순찰할 예정이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휴전안 내용은 전쟁에서 우위를 점한 이스라엘이 원하는 방향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협상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합의를 깨고 재무장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권리를 명시하는 ‘별도 조항’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우방인 미국이 이를 승인하도록 압박했고, 실제로 미국이 “레바논 영토에서 오는 위협에 대응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별도 서한을 제시하면서 휴전이 최종 타결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타결된 27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사람들이 소지품을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타결된 27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사람들이 소지품을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깬다면 우리는 이들을 공격할 것”이라며 “그들이 국경에 군사시설을 재건하거나, 땅굴을 파거나, 미사일을 실은 트럭을 들인다면 우리는 모든 형태의 군사력을 사용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이 ‘행동의 자유’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휴전은 레바논·이스라엘 국민이 일상을 되찾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CNN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수천명이 사망한 레바논 민간인과 매일 이어지는 헤즈볼라의 공습 때마다 대피해야 하는 이스라엘 국민에겐 절실히 필요한 휴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휴전 발효 직후부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이스라엘과 가까운 남부 고향으로 돌아가는 피란민 행렬이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레바논 정부군이 헤즈볼라 관리에 실패하고 헤즈볼라가 재무장하면 이스라엘이 다시 레바논을 공격할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군사적으로 열세인) 레바논 정부군이 강력한 무장 세력인 헤즈볼라를 상대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 등의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지속) 기간은 레바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CNN도 “이스라엘의 요구는 분쟁을 재점화하고 미국의 외교적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휴전 성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송환 협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휴전이 가자지구의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CNN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은 가자지구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협상에 나서기보다는 하마스를 더욱 강하게 몰아붙일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사라지고 홀로 전투를 벌이는 하마스에 대한 우리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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