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미사일 등 무기 지원만으론 부족…“병력 열세를 만회해야”
취임 앞둔 트럼프 ‘조기 종전’ 드라이브 걸기 앞서 ‘항전 박차’ 모색
우크라는 질색…젤렌스키 “징집 연령 낮출 준비 안 돼 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장미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징집 연령을 낮춰 병력을 신속히 확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익명의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전투 병력 확대를 위해 현재 25세인 징집 연령을 18세로 낮추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년째인 올해 들어 징집 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징집 대상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죄수까지 징병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2월 개전 이후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 우크라이나의 병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동원 연령 하향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크라이나는 16만명의 군인이 필요하다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가장 낮은 수치로 보고 있다”면서 “전장의 현재 필요한 병력과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 필요성을 맞춰서 징집 연령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병력 증원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이 러시아에게 더욱 유리하고 돌아가는 상황이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핵심 거점인 포크롭스크, 쿠라호브, 벨리카 노보실카 등 주요 도시를 향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이 1만1000명 이상의 병력을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견한 나머지 미국 측에선 우크라이나도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따르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이 지원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도록 허가했지만, 이것 만으론 전쟁 판도를 뒤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지난달 이미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밝히면서도 “하나의 (군사적) 역량이 모든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FT는 “바이든 행정부의 병력 증원 요구는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70억달러의 안보 지원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을 공약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기 전에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 등에서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고,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560억달러(약 78조원) 이상의 안보 지원을 한 바이든 행정부로선 획기적 병력 확충 없이 무기 공급 확대만으로는 전황을 유리하게 만들기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육군 중장 출신인 키스 켈로그를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하는 등 전쟁 조기 종식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선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인구 문제로 징집 연령을 더 낮추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주 의회에서 “징집 연령을 낮출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올라 스테파니시나 우크라이나 유럽통합담당 부총리도 FT에 우크라이나가 징집 연령을 낮출 필요가 없다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 방어에 필요한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의 동맹 본부에서 이틀간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협의회에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 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