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 위상 최대한 활용
미 제재 따르는 기업에 핵심 자재 공급 차단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더 세게 받아칠 준비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주요 보직자들. 국무장관, 재무장관, 상무장관, 무역대표 등에 대중국 강경파들이 포진해 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의 무역 전쟁에 상징적 또는 상응적 대응에 그쳤던 중국이 앞으로 있을 트럼프의 공격에는 미국 기업을 겨냥한 강력한 받아치기로 대응할 전망이라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카이디오(Skydio)는 미국 드론 업계의 희망과 같은 존재다. 보안에 민감한 국방부와 경찰이 자율주행 드론을 중국에 의지하지 않게 해주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대선일을 며칠 앞뒀을 때 스카이디오를 상대로 중국 당국이 핵심 배터리 공급을 금지했다.
스카이디오는 새로운 공급자를 찾느라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국방부 등에 대한 납품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배터리 공급 금지는 중국 지도자들이 중국 관세 부과를 공약한 트럼프에게 경고한 것이다. 우리를 때리면 더 세게 받아친다고.
1기 트럼프 정부 때와 달리 중국이 트럼프의 공격에 더 강하게 응전할 태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공격적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한다.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쥬드 블랜체트는 “중국이 정치적 이유 때문에 미국의 관세 부과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대응 준비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1기 트럼프 정부 때 중국 당국자들이 미국의 전술을 본받는 법규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핵심 자원의 조달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2019년 중국은 국익을 훼손하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신뢰할 수 없는 주체(entity) 목록”을 작성하고 수출통제법을 확대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를 따르는 기업들을 제재하기 위한 조치다. 이때부터 중국은 희토류와 리튬 등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의 모든 부품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중국 공산당은 이 조치에 대해 “패권주의 및 힘겨루기에 맞서 중국과 인민의 이익을 지키는 법적 토대”라고 강조한다.
중국의 전략은 전체적으로 트럼프의 조치에 맞춰 계산된 대응을 하도록 짜여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가동이 크게 어려워질 위험이 있다.
미중관계는 오래 전부터 갈등이 커지는 궤도에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트럼프 1기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면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고 미국 시장 접근을 금지했다. 이달에도 미 정부는 29개 중국 기업 29곳을 신장 지구 강제 노동을 이유로 제재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는 시범을 이미 보였다.
지난 9월 중국 당국아 캘빈 클라인과 토미 힐피거 브랜드를 가진 PVH사가 신장 제품을 “차별한다”며 “신뢰할 수 없는 주체 목록”에 올렸다. 신장 생산 목화 공급망에서 미국 기업을 배제한 첫 사례였다.
몇 주 뒤 중국 인터넷 규제 당국과 관련된 싱크 탱크가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이 중국 안보와 국익을 “지속적으로 해치는” 제품을 판매했다며 인텔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가장 최근 사이버안보 검토 대상이 된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중국 시장에서 배제됐다. 중국 시장 점유율이 큰 기업이었다.
PVH와 인텔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힘겨루기 피해 직접 당사자들이다. 다른 기업들도 조만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의 제재를 따르면 중국의 보복을 당하게 되는 난제가 미국 기업들에 닥쳐 있다.
중국의 의도는 미국 기업들을 경고하려는 것이지만 과도하면 투자를 막는 위험도 있다. 또 반도체와 콩 등 미국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요도 상당하다. 인텔의 반도체는 중국 국영기업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핵심 부품이다.
영국 자문회사 콘트롤 리스크스(Control Risks)의 중국 전문가 앤드류 길홀름은 “중국은 미국 정부에 경고하면서 외국 투자자들과 기업들을 과도하게 겁주지 않아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규제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기업들만 대가를 치를 것임을 알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길홀름은 그러나 중국의 전략이 결국 “공급망 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중국 기업보다는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해외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이 더 큰 고통을 가할 수단이 있는 것이다.
스카이디오는 중국 이외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몇 년 동안 노력해왔으나 여전히 배터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제재에 빠르게 대처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새로운 공급자를 찾고 설계를 바꾸는데 최소 몇 달 이상 걸린다.
스카이디오는 결국 드론 1대 당 배터리 1개만 공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소방서 등 드론 수요자들이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스카이디오는 봄까지 다른 배터리 공급자를 확보해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중국의 조치는 공급망을 무기로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글로벌 타임스는 스카이디오에 대한 제재를 환영하는 사설의 제목을 “중국 제재를 받는 미국 기업의 ‘고통스런 비명’, 미국 위세의 허점”이라고 달았다.
사설은 스카이디오가 미 정부가 중국 이외의 “비공산국 공급망”을 만들려는 노력의 일부이기 때문에 보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썼다.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의 중국 억압 도구”가 된다면 “후과를 감당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