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 폐지 공개 주장
트럼프 비판한 군인에겐 “반역, 대가 치를 것” 엄포도
도널드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7일(현지시간)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최근 실무 공무원을 공개 저격하고 미국의 전투기 F-35를 맹비난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의 다른 이용자가 CFPB를 비판하는 글을 인용해 “CFPB를 없애라. 중복되는 규제 기관들이 너무 많다”고 적었다. CFPB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설립된 기관이다. 2010년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제안해 만든 기관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공화당 일각에서 CFPB가 지나치게 규제를 남발한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실제 폐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머스크의 CFPB 폐지 발언이 이해 충돌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머스크의 발언은 CFPB가 결제 및 디지털 지갑 앱을 제공하는 대형 기술 기업에 대한 감독을 확대하는 규정을 확정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며 “여기에는 결제 사업 진출을 모색해 온 엑스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머스크는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지출 감축을 위해 신설하는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내정된 뒤 더욱 적극적으로 국정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가 불필요한 공직이라 생각하는 공무원의 신원을 공개해 ‘좌표찍기’ 논란도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엑스에 기후 관련 공직을 맡은 4명의 이름과 직책을 담은 게시글 2건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은 수천만 회나 조회됐다.
머스크는 납세자가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기후 다변화 국장’을 고용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에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 보직을 맡은 여성은 머스크의 게시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폐쇄했다. 머스크는 또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의 최고기후책임자, 보건복지부의 환경 정의 및 기후 변화 선임 고문과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선임 기후 고문 등도 조롱하듯 저격했다. 머스크가 공개 지목한 공직자는 모두 여성이다.
문제는 머스크가 이런 저격 글을 올리면 그의 팔로워들이 동조하면서 함께 공격하는 패턴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의 팔로워는 2억명을 넘는다.
CNN은 “머스크가 관료들을 개인적 표적으로 삼으면서 몇몇 연방 공무원들은 신체적 위협을 포함해 자신의 삶이 영원히 바뀔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공무원노조(AFGE)의 에버렛 켈리 위원장은 “이런 전술은 연방 공무원에 공포와 두려움을 심으려는 게 목적”이라면서 “공무원들이 겁을 먹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 재임 시절 탄핵 청문회에서 증언한 예비역 중령 알렉산더 빈드먼을 공개 저격하며 “반역을 저질렀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빈드먼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와 머스크 같은 ‘나르시시스트’를 좋아한다고 비판했는데, 이에 대해 ‘반역’까지 거론하며 공격한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25일에는 미국 전투기 F-35를 거론하며 “F-35는 비싸고 복잡하며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는 기체가 됐다”고 지적했다.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아직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