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일본에 미국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 영토에 배치되면 이는 러시아에 실제로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일본 측에 거듭 경고했다”면서 “러시아는 방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미사일의 일본 배치 계획이 보도되자 경고성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4일 미국과 일본이 대만의 유사시에 대비해 미사일 배치를 포함한 공동 군사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사일 부대 배치 지역으로는 일본 남서부 가고시마현과 오키나와현의 난세이 제도, 필리핀 등이 거론됐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의 개정된 핵 사용 교리(독트린)를 읽으면 일본에 미국 미사일이 배치될 경우 러시아가 어떤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승인한 개정 핵 교리는 핵무기 사용 조건 완화를 핵심으로 한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국가 존립을 위협할 때’에서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줄 때’로 낮아졌고,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의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포함됐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지난 25일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러시아도 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제공하자는 서방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미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서방 지원국들의 무책임한 행동 탓에 세계가 재앙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면서 이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