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K·세이브더칠드런 직원 각각 3명·1명 숨져
지난 4월에도 WCK 트럭 공습 후 ‘오인’ 인정
하마스는 새 인질 영상 공개 ‘심리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음식 나눔을 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UPI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던 국제구호단체 직원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사망한 이가 하마스 대원이라고 주장했으나 유족은 이를 부인했다. 하마스는 새 인질 영상을 공개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직원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WCK는 이스라엘의 차량 공습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며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사망한 3명 중 1명이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하마스 대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는 정보 당국의 감시를 받았고, 그의 실시간 위치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따라 공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가 어떻게 WCK에서 일하게 됐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하마스 대원으로 지목된 이들의 가족은 성명을 내 이스라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그가 WCK에서 1년 동안 일했으며 이날도 평소처럼 일하러 갔다가 아무 이유 없이 표적이 됐다”고 밝혔다. 린다 로스 WCK 대변인은 “우리가 아는 한 WCK 직원 중 하마스와 연결된 사람은 없다. 모든 직원은 신원 조회를 거친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로이터도 이스라엘군이 해당 직원이 하마스에 연계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별도로 이러한 의혹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틈에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칸유니스에 떨어진 또 다른 공습에선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1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졌다. 한 목격자는 “그들은 구호품과 채소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AP에 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구호요원을 살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에도 WCK 차량 3대를 공격해 폴란드, 호주, 영국, 미국·캐나다 이중국적 등 직원 7명이 희생됐다. WCK는 당시에도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일시 중단해야 했다. 국제사회 비난이 들끓자 이스라엘은 오인 폭격을 인정하며 “심각한 실수”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하마스 대원이 있다는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했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가 한층 깊어지리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다가오는 추운 날씨와 오랜 굶주림, 전염병 등으로 인해 올겨울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계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의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영상 속에서 인질은 “군인과 시민을 보호해야 할 총리가 우리를 버렸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잔혹한 심리전”이라고 비판하며 알렉산더의 가족과 만났다. 숀 셔벗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동의한다면 가자지구 전쟁과 주민들의 고통은 내일 끝날 것이다. 이미 몇 달 전에 끝났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