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효율부(DOGE) 장관으로 임명한 일론 머스크.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CEO들이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에서 새로 쥐게 된 권력으로 자신들을 표적 삼아 공격할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였던 샘 올트먼이 머스크와의 갈등으로 인해 최근 가장 주목받는 라이벌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2015년 올트먼을 비롯해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등과 함께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자는 사명으로 오픈AI 설립에 참여했다.
머스크는 그러나 올트먼 등이 영리활동을 펼치며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머스크는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도 모두 처분한 데 이어 작년 7월 오픈AI를 따라잡겠다며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오픈AI와 올트먼 CEO를 상대로 처음 소송을 낸 뒤 6월 재판 시작을 하루 앞두고 소송을 돌연 취하했다가 8월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WSJ는 “머스크가 8월에 소송을 다시 제기한 후에도 오랫동안 불안정한 관계는 관리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면서도 “머스크는 종종 싸움을 시작했다가 금방 지나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이후, 두 사람 관계는 더 악화했다. 머스크가 오픈AI를 일컬어 ‘시장을 마비시키는 고르곤(괴물)’이라고 부르며 추가 소송을 내고, 올트먼을 향해서는 ‘사기꾼 샘(Swindly Sam)이 돌아왔다’며 조롱한 것이다. 머스크와의 대립각으로 인해 올트먼은 대선 이후 트럼프 진영에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꼽히고 있다고 트럼프 일가와 가까운 한 측근은 WSJ에 전했다.
올트먼 외에 머스크와 한때 라이벌 구도였던 다른 기업인들도 떨고 있다. WSJ는 머스크와 대립각을 세워온 전현직 최고경영자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등을 꼽았다.
머스크와 가까웠던 게이츠는 테슬라 주식 공매도 문제로 머스크와 틀어졌다. 머스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테슬라 공매도 세력은 파멸할 것이다. 그것은 빌 게이츠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쓴 적도 있다. 베이조스는 머스크와 우주 사업 등을 두고 오랜 기간 경쟁을 벌여왔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지난해 메타가 X의 경쟁 서비스인 스레드를 내놓으면서 갈등을 빚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설전을 벌인 끝에 격투기 대결을 벌이자는 약속까지 할 정도로 긴장 관계를 형성했다.
머스크의 ‘표적 공격’을 우려해 이들은 대선 이후 트럼프 측에 직접 줄을 대려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해 그의 동생이자 오픈AI 투자자인 조시 쿠슈너 스라이브 캐피털 창립자 등을 가교로 삼아 트럼프 측과 접촉을 해왔지만 현재까지 큰 성과는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