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아우디우카의 주거용 건물이 완전히 파괴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거나 휴전하려는 국제사회의 논의가 빨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뿐만아니라 우크라이나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휴전 조건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조건을 달고 있지만 휴전이나 종전을 거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달 19일 1000일을 맞았다.
"끔찍한 진실,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일부에 진입한 이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력을 강화해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동부 전선에서 많은 군인을 투입하는 '인해전술' 식으로 빠르게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수복할 수 있는 영토는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분석가들과 전쟁 블로거들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지난 한 달 동안 런던 면적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11월까지 러시아는 총 11만km²를 점령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약 650km²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11월에만 600㎢ 이상을 점령했다고 전했다. 이는 월 기준으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는 올해에는 2700㎢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65㎢를 점령했다.
로이터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의 끔찍한 진실은 러시아가 이기고 있다는 것 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고위관리는 로이터에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모든 지원이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막을 수 없다는 '끔찍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지도. 가장 짙은 색이 9월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곳이다. 미국 전쟁연구소는 러시아는 올해에는 2700㎢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연구소(ISW)
젤렌스키, 미묘한 입장 변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처음으로 나토 가입을 조건으로 영토를 수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전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공개된 영국 스카이뉴스(Skynews)와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만 되면 영토를 수복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이 처음으로 영토를 양보하면서 휴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언급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종전 계획이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대신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양보하는 내용이라는 보도에 관해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전까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얻은 국경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군인들이 모두 자국 영토에서 쫓겨날 때까지 휴전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장성들은 이는 매우 야심찬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땅에 대해서 나토 회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며 "이는 전쟁의 과열 국면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해다.
그는 "우리가 전쟁을 멈추고 싶다면 우리 통제 아래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보호 아래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것 자체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빠르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미수복 영토는 그 뒤에 외교적 방법으로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휴전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침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이 조속히 성사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푸틴, "전선 동결·나토 가입 포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국영방송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대통령실에 정통한 관리 5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확보한 영토를 크게 양보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트럼프 당선인과 협상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협상과 관련해 내놓은 가장 최근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3명의 소식통은 러시아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4개 지역의 정확한 분할에 대해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반도인 크림반도 전체,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의 80%, 자포리지아와 헤르손 지역의 70% 이상을 점령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도의 18%에 해당한다. 또 하르키우 지역의 3%와 미콜라이우 일부를 차지했다.
관리 2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 하르키우와 남부 미콜라이우에서 점령 중인 비교적 작은 영토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접촉하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언급해왔다"며 평화 협상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분쟁을 동결하는 것은 어떻게든 우리와 맞지 않는다"며 "모두에게 잘 알려진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합병한 크름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의 18%를 장악하고 있다.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통칭)의 80%,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70%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 이밖에 하르키우의 3% 미만과 미콜라이우 영토 일부를 점령 중이다.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나 우크라이나 내 나토군 주둔을 용납하지 않겠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미국을 다시 위해하게 모자를 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첫날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7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를 전담할 특사로 예비역 중장 출신인 키스 켈로그(80)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함께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고, 미국과 세계를 다시 안전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 영토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켈로그의 전쟁 종식 계획은 기존 지역의 전선을 동결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켈로그는 지난 5월 미국 우선정책연구소(AMFI)에 발표한 공동 연구 보고서에서 이 전쟁을 "미국의 무능으로 발생한 피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켈로그는 "휴전과 협상을 모색하는 것이 미국의 공식적인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소극적인 군사비 지원과 러시아와의 외교 실패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었고, 현재 러시아와의 소모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켈로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면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중심으로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전쟁 중인 두 당사자 간의 적대감을 즉시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켈로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추가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담 참여 의지를 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켈로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대통령과 다른 나토 지도자들이 안전 보장과의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연기하겠다고 제안할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와 켈로그의 입장은 미국 우선주의이며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전쟁은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켈로그가 주장하는 조건중 미묘한 것은 러시아를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연기하는 것이다.
이는 나토 가입을 전제로 현재의 전선 동결과 휴전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대답 없는 나토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AP/연합뉴스
나토의 빠른 초청을 기다리는 젤렌스키의 희망과 달리 나토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각) 나토는 3일부터 열리는 32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초청 요청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회의에 앞서 나토 회원국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나토 외교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 첫 단계인 '가입 초청'을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은 브뤼셀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에서 나토 32개 회원국 간에 이러한 결정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종식이나 휴전을 논의하게 된다면 가장 큰 쟁점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동결 여부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이다.
러시아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있을수 없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전제로 전선 공결과 휴전을 논의할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후원자인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휴전과 관련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측은 전쟁은 끝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에 대해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헝가리와 같은 일부 나토 회원국은 우크라이나의 동맹 가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
DMZ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의 차시브 야르 인근 러시아 진지를 향해 152mm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휴전 협상과 관련해 전선 동결과 함께 한반도에 있는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설정도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중립지대를 설정해 충돌을 방지하자는 구상이다.
남북한과 달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은 수백마일에 달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CNN은 "비무장지대는 양측 사이에 나토군이나 다른 비동맹 국가의 군인을 배치하여 감시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백 마일에 이르는 국경과 막대한 재정적 투자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최소한의 군인 배치라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러시아가 '한국식 시나리오'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하는 모든 방안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가 재무장할 시간을 벌기 위해 휴전안을 꺼내고 있다며 이런 의도의 휴전안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리시킨 국장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0차 독립국가연합(CIS) 안보·정보기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한국식 시나리오든 다른 방식을 따르든 분쟁을 동결하는 어떠한 제안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공군의 Su-34 폭격기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국경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 영국, 휴전 감시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대 배치 논의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의 키이우인디펜던트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나토의 고위관리는 자유유럽방송(RFE/RL)에 "프랑스와 영국은 휴전을 감시하기 위해 휴전선을 따라 프랑스와 영국 군대를 배치하는 등 러시아와의 잠재적 평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이러한 논의가 공식적인 나토 구조가 아닌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재할 수 있는 평화 회담에 유럽 동맹국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현재 전투에 병력을 파견할 계획은 없지만 어떤 대안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필요한 만큼 강렬하고 오래 지원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안보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러시아 군대가 1㎦ 진격할 때마다 유럽에 대한 위협은 1㎦ 제곱킬로미터 더 가까워진다"라고 덧붙였다.
나토 회원국들은 전쟁 와중에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이 가파르게 고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가 재무장할 시간을 벌기 위해 휴전안을 꺼내고 있다며 이런 의도의 휴전안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스크바에서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의 숨통을 틔워주고 현대식 장거리 무기로 재무장할 기회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휴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2년 넘게 '젤렌스키 공식'에 따라 러시아를 배제하고 논의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러시아는 솔직히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양보해야 한다면 미국은 중국, 이란, 북한으로부터 끔찍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협상이 타결될 경우 김정은과 러시아 지도자, 시진핑과 이란 지도자가 하이 파이브를 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부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닌 유럽과 세계 전체의 미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