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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우습게 만들었다... 나라대접 받으려면 탄핵 서둘러야

 

▲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처리를 하루앞둔 6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 시민들이 모여 탄핵안 처리와 제2의 비상계엄 저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국회앞에 12.12군사반란 전두환과 12.3내란 윤석열 얼굴을 합친 '윤두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권우성


거의 8년만이군요. 한국 대통령이 이토록 뜨거운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게 말입니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그랬고,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한 운명에 처해있습니다만, 세계가 주목한 이유는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2017년에는 헌법을 위반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파면한 한국의 성숙하고 활기 넘치는 민주주의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세계는 이제 이런 한국의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무참히 짓밟혔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2016년 겨울,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무수한 촛불과 함성이 전국의 언 도로를 녹이고, 이런 시민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던 여야 의원들이 탄핵 소추를 발의했지요. 그리고 이듬해 3월, 헌재는 "헌법수호의지"를 보이지 않던 대통령을 향해, 이는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면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막 취임한 상태였습니다. 텔레비전 쇼에서 "너 파면이야(You're fired)"를 유행어로 만들며 대통령 자리까지 오른 정치초년생으로 인해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미국 시민들이 깊은 좌절과 우려에 빠져있던 때였습니다. 그때 미국인 동료 교수들이 저를 얼마나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는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 교수는 농담이라기에는 꽤 심각한 표정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미국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에게 4년의 추가 임기가 주어 졌지요. 한국에서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기 시작한 이 시기에 말입니다.

외교무대에서 윤 대통령은 이미 '직무정지'

제게 비상계엄령 특보가 전해진 것은 연구차 일본에 와 있을 때였습니다. 동경의 한 사립대에서 강연하기로 돼 있었는데, 바로 전날 밤 이 믿기 어려운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저는 처음에 너털웃음을 터뜨렸지만, 이는 점점 깊은 우려로 바뀌어 갔고, 결국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TV=연합뉴스


제 강연은 대중문화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고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영화와 문학 등이 어떻게 삶과 밀접한 사회와 정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게 되었으며, 이처럼 대중문화에 촘촘히 밴 사회의식이 어떻게 세계인들의 공감을 얻게 되고, 한국의 시민사회를 건강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어왔는지를 설명하고자 한 것이지요.

만일 계엄 사태를 다루지 않는다면, 전날 밤 이전까지나 유효한 "옛날이야기"가 될 참이었습니다. 저는 결론을 보강해, 즉각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들, 담을 넘어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한 의원들로 인해 비상계엄령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날 이후,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기록으로 도배를 하던 일본 텔레비전이 한국 정치 뉴스로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계엄사태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가져온 불확실성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굴종외교"로 비판 받을 만큼 일본과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왔지만, 계엄 사태를 계기로 두 나라 지도부 모두 한국 대통령을 동등한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그저 야당에 대한 "경고성 조치"였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전 세계에 그가 통치권자로서 판단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확신만을 강화할 뿐입니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계엄"이라는 말에 담긴 극한상황의 무게를 인식조차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위험하고 무지한 지도자가 남아있는 한, 한국이 외교무대에서 제대로 된 나라 대접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들이 투입되고 있다.
ⓒ 유성호


일본은 한국 내 자국민 안전을 걱정하고, 미국 정부는 윤석열의 "심각한 오판"을 비판하며 국방부장관의 한국 방문일정을 취소시켰습니다. 러시아 외교당국은 비상계엄사태를 지적하며 "한국이 한반도 긴장과 불안을 야기한다는 증거"라고 논평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아시아위크>는 계엄사태가 한국 경제에 "잃어버린 10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윤석열은 사퇴하거나 탄핵당해 마땅하다"는 글까지 실었지요.
 

▲  <이코노미스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쿠데타"로 규정한 뒤, "윤석열은 사퇴하거나 탄핵돼야 한다"고 썼다. 이 메체는 이 퇴행적 지도자가 남긴 분열의 유산을 극복하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 Economist


<이코노미스트>: "쿠데타 실패... 윤석열은 즉각 사퇴하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계엄령 이후 특단의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 내 거주 중인 일본인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던 시게루 총리의 방한 계획까지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상대국에 체류하는 자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까지 쏟아지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외교가 가능할 리 없지요.

일본 언론은 한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탄핵이 가결될 경우 일어날 변화와 그 이후 치러질 선거에 대해서도 소상히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계엄은 위헌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탄핵은 반대하던 한동훈 여당대표의 입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로 바뀐 경위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일본 언론은 부인 김건희의 수많은 의혹이 지지율 저하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으며, 최근 명태균을 둘러싼 경선비리 의혹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계엄령은 과거 군사정권 시대의 유물인 탓에, 민주화 이후 어떤 지도자도 생각지 못한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꺼내 들었다며, 비상계엄 상황이 어떻게 정치활동, 시민 기본권, 언론보도를 중단시키고 통제하는지 소상히 보도합니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영화 <서울의 봄> 장면까지 보여주며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
 

▲  니폰티브이는 한국의 계엄상황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트럼프가 북한과 직접 대화하면서 고립될 윤 대통령의 처지를 분석했다. 한 패널은 "윤대통령, 그런 넓은 시야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며 웃고 있다.
ⓒ Nippon


니폰TV의 프로그램에서는 외톨이가 될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가 오판을 유도한 게 아닌지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집권 후 미국이 북한과 직접 협상하게 될 텐데, 이런 사면초가에 빠지게 될 윤석열 대통령이 불안한 상태에서 무리수를 쓴 게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이때 패널 중 한 명이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것까지 파악할 만한 시야를 갖춘 사람이 못 된다"고 말하며 좌중들을 웃기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7일 인도·태평양 역내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함께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계엄사태 이후 계획을 변경해 일본만 방문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지요. 그뿐 아닙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4일 외교의 관례를 깬 채, 윤석열 대통령이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을 했고, 계엄은 "큰 문제"가 있는 "불법행위"였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이번 조치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윤석열은 사퇴하거나 탄핵돼야 한다"는 글을 실었습니다. 이 매체는 윤석열을 쫓아낸 뒤에도 한국의 심각히 양분된 정치환경을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시민들에게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정상적 통치행위가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거듭 입증했습니다. 사실 그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대통령이 된 직후 부터였지요. 취임한 해인 2022년 여름 수도권 폭우사태, 2022년 가을 이태원 참사, 2023년 여름 오송참사(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해병대 제1사단 일병 사망 사고)에서 그가 일관되게 보여준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는 지도자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여기에 아내의 범죄 혐의를 감싸기 위해 거부권을 남발하고, 정책실패를 덮기 위해 과거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정적 죽이기에 집중해 왔을 뿐입니다. 그것도 부족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기보다, 얻는 것 없이 북한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적대적 정책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벼랑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탄핵"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고 인내해 왔습니다.
 

▲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집회가 5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동화문세점 앞)에서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 김화빈

 

▲  4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이제 더 이상은 아닙니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인 계엄을 강행한 뒤에도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런 제안은 계엄사태 이전에나 가능했던 선택안이었습니다. 국민이 정부 견제를 위해 만들어 준 여소야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 계엄이었다고 믿는 지도자라면, 이후 그가 어떤 선택들을 할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판결에서 "피청구인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그를 파면하는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을 해제하겠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지요.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담화를 보면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헌법을 수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더 나아가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헌법과 민주주의를 더 파괴할 수 있다는 의지까지 피력하고 있지요. 따라서 헌재가 피청구인의 행위를 어떻게 판단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격 미달의 대통령을 몰아내,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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