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서 과당을 '암세포 먹이'로 변환해줘
과당이 일부 암 최대 두 배 빠르게 성장시켜
단맛을 내기 위해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과당'이 암세포 성장을 최대 2배 빠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일(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는 과당이 암세포의 연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연구진은 '과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암과 싸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리 파티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유전학·의학 교수는 "부엌에서 고과당 옥수수 시럽(액상과당)이 들어 있는 가공식품을 찾으면 그 가짓수가 놀라울 정도"라며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 있다"고 이야기했다.
과당은 과자·사탕·음료·케이크뿐만 아니라 파스타 소스·샐러드 드레싱·케첩과 같은 식품에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
단당류인 '과당'과 '포도당'은 화학식(C6H12O6)은 같지만 분자 배열이 다르다. 따라서 대사 과정도 다르다. 포도당 대사는 몸 전체에서 일어나지만, 과당은 간과 소장 두 곳에서만 이뤄진다. 연구진은 당초 종양 세포가 과당을 포도당처럼 직접 대사하여 DNA와 같은 새로운 세포 구성 요소를 만드는 데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구 결과 과당이 암세포의 직접적인 먹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간에서 암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영양소로 바꾼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연구진은 종양을 가진 동물에게 과당이 풍부한 먹이를 먹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과당이 풍부한 먹이는 ▲체중 ▲공복 혈당 ▲공복 인슐린 수치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종양 성장을 촉진했다. 심지어 일부 종양은 성장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 파티 교수는 "과당을 많이 먹는 것은 확실히 종양 진행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100년 전 미국인 1명당 연평균 과당 소비량이 2.27~4.53㎏이었지만 21세기 들어 1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당 소비가 급증한 동일 기간 50세 이하의 '젊은 층'에서 여러 종류의 암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과당 소비 증가가 암 발생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이다.
파티 교수는 "불행히도 암에 걸렸다면 과당을 피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며 과당이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쓰이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과당은 과일이나 꿀 등 자연에도 존재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액상과당 형태로 과당을 섭취하고 있다. 반찬에 넣는 물엿에도 과당이 쓰이며 과자·사탕·음료·케이크뿐만 아니라 파스타 소스·샐러드 드레싱·케첩과 같은 식품에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