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결로 끝난 계엄 "견제의 힘 보여줘"
"트럼프 2기서 비슷한 상황 발생 우려도"
9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 모인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부한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권위주의가 부상하는 시대에 한밤 중 한국에선 주목할 만한 일이 일어났다.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위기가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로 약 6시간 만에 끝난 것을 두고 미국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이런 분석을 내놨다. 늦은 밤 국회를 찾은 시민들이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등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성숙함을 보여줬다는 설명이었다.
AP는 "블랙호크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국회로 보낸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동은 과거 독재 정권 시대를 떠올리게 했다"고 짚으며 "시민 수천 명이 국회 앞으로 몰려와 계엄 해제와 대통령 퇴진을 외쳤고 군·경에서는 어떤 충돌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6시간 만에 일단락된 것을 두고는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1788년 '연방주의자 논고'에 적었던 견제와 균형의 원리의 승리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 만에 국회의원 190명이 계엄 해제에 투표한 것이 민주적 견제의 힘을 보여줬고 그 중심에 시민이 있었다는 것이다. AP는 "서울에서 드라마가 펼쳐졌다"고도 표현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친위쿠데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현재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협의 모습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내렸다. 그러면서 미 카네기멜런대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공동 연구 결과 1945년 이후 발생한 친위쿠데타 46건 중 3분의 1이 최근 10년 사이 발생했고, 이 같은 친위쿠데타의 성공률은 약 8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미 일각의 우려도 전했다. 다만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굳건한 충성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군대가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고 의회가 (계엄 해제)표결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AP는 지난해 12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독재 정치의 위험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첫 날만 빼고" 독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