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효과로 대선 이후 비트코인이 40% 넘게 급등한 것의 일부 요인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이 같은 아이디어를 옹호했고 친(親) 가상화폐 의원들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어떤 이익이 될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은 몇 가지 긍정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수백만달러의 가치의 돈을 썸 드라이브(USB 플래시 드라이브)에 보관할 수 있다. 소유자는 공개 영숫자 키로만 식별된다는 점에서 반익명성을 지닌다. 정부 규제를 받는 은행 등 기존 금융 중개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이체할 수 있다. 또한 주식과 채권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분산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화폐로 인정받기 어렵다. 변동성이 커서 교환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거래는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며 각 거래의 유효성을 검사하는 데 상당한 컴퓨팅 성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썸 드라이브를 분실하는 것은 비트코인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의미다.
전통 금융 자산과 달리 이자나 배당금과 같은 현금 흐름과 연결돼 있지도 않다. 가격이 높다고 해서 더 많은 공급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토큰의 수는 2100만개로 제한돼 있으며 이미 2000만개에 가까운 토큰이 생성됐다. 결과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사람들이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실제 돈의 양에 의해서만 가격이 극도로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정부 비축금에 대한 아이디어를 반기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의회에 제출된 한 법안은 정부가 5년간 비트코인 100만개를 구매하고, 범죄 기업으로부터 몰수한 비트코인과 함께 최소 20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정부의 매입에 앞서 비트코인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며 가격이 급등할 게 분명하다.
미국 정부가 모든 사람에게 투자 포트폴리오의 2%를 비트코인으로 구성하도록 장려한다고 가정해보자. 전 세계 주식과 채권의 총 가치는 약 250조달러이므로 2%를 투자하려면 모든 비트코인의 가치가 5조달러, 즉 개당 25만달러여야 한다. 포트폴리오 비중을 4%로 늘리면 가격도 다시 두 배로 뛰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나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득이 있을까? 좋은 건 없다. 출구 전략이 없으므로 목적은 가격을 더 높이는 것이 목적이지, 정부에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변동성이 큰 토큰을 계속 보유해야 하는 것만을 뜻한다. 매입 자금을 조달하려면 재무부가 차입(부채 상환 비용 증가)을 해야 하거나, 연방준비제도(Fed)가 돈을 찍어내야 한다(인플레이션 촉진). 후자는 Fed가 미국 정부 부채를 현금화하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의회 법안에서 제안한 대로 Fed가 정부의 금 보유고를 활용하도록 지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생 가상화폐 산업을 정말로 지원하고 싶다면, 산업이 안전하게 개발되고 운영될 수 있는 일련의 법률과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1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토큰인 스테이블코인이 Fed의 예치금이나 단기 재무부 증권으로 완전히 뒷받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토큰이 통화인지 증권인지, 누가 규제하는지에 대한 입법적 정의를 내려야 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테러 자금 조달이나 불법 마약 판매와 같은 범죄 활동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도 제정해야 한다.
가상화폐는 기술은 금융 시스템을 개선할 잠재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사람들이 금융 자산을 거래하거나 이주민이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것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나 강력한 보호 장치가 없다면 사기와 남용이 지속될 것이며 이런 혜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신뢰가 훼손될 것이다.
빌 더들리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A Bitcoin Reserve Would Be a Bad Deal for Americans’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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