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환자의 혈액 샘플을 검사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올해 미주 지역 뎅기열 감염자 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미 올해 초 미국을 포함한 미주 대륙 전체에서 감염자가 나왔을 때 예견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는 10일(현지시각) “올해 미주 전 지역에서 보고된 뎅기열 감염 사례는 1260만여 건”이라며 “1980년 관련 집계 이후 사상 최고”라고 밝혔다. 이전 역대 최대 수치는 작년 기록인 456만9464건인데, 이보다 거의 3배 폭증한 셈이다. 사망자 수도 7700여 명으로 최고 수준을 보였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아르헨티나·브라질·콜롬비아·멕시코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들 4개 나라 감염자는 전체 90%에 육박하며 사망자는 8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교적 외딴섬 지역인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와 칠레 이스터섬에서 1분기에만 수백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PAHO 측은 “뎅기열은 어린이들에게 더 큰 위협”이라며 “과테말라 같은 나라에선 관련 사망자 70%가 미성년자였다”고 전했다.
뎅기열을 전파하는 매개모기. /EPA 연합뉴스
보건당국은 이상고온 현상, 급속한 도시화, 기후 변화와 연관된 가뭄과 홍수, 일부 국가의 열악한 위생 상태 등을 뎅기열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브라질도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내린 집중호우와 엘니뇨에 따른 고온현상 탓에 뎅기열 감염 매개체인 모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개 모기(이집트숲모기·흰줄숲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보통 3~14일간의 잠복기 이후 고열, 두통, 발진, 근육통, 식욕부진 등이 나타난다. 보통 일주일가량 지나면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회복하지만 드물게 합병증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아직 효과가 뚜렷한 백신과 치료제도 없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병이지만 유행 지역을 다녀온 후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서 발생한 뎅기열 환자는 206명으로 2022년(103명) 대비 2배 많았다. 또 사업 목적으로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한국인이 뎅기열에 걸려 입원 치료 이틀 만에 현지에서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