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등이 사망한 모스크바 폭발 현장.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17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고위 간부를 수도 모스크바에서 폭사시키는 등 최근 두 달간 과감한 암살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전쟁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 대로의 한 아파트 입구 근처에 세워둔 전기 스쿠터에 장착된 폭발물이 터져 러시아군에서 화생방 무기를 총괄하는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 중장과 그의 부관이 사망했다. 키릴로프 중장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전투 지역이 아닌 곳에서 숨진 군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이번 폭발로 건물 1~4층의 유리가 깨지고 주위에 있던 여러 대의 차가 파손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눈 쌓인 도로 위에 키릴로프와 그의 부관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러시아연방 수사위원회는 위력이 약 TNT 300g인 폭발장치가 원격 조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18일 “이번 암살과 관련해 용의자를 구금했다”며 “용의자는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채용된 우즈베키스탄인”이라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텔레그램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권에 전쟁범죄를 승인한 결과 이날 테러공격이 발생했다”며 “프랑스,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테러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서방 언론들은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암살이 SBU의 특수작전이라고 보도했다. SBU는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로 키릴로프를 기소하기도 했다. SBU는 러시아가 전쟁 이후 4800개 이상의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러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야심 찬 표적 공격”이라며 “트럼프 복귀가 다가오고 러시아가 동부전선에서 진격하는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우크라이나의 다급함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