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손 회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경을 맞댄 우방 국가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연일 곤경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선 동맹국도 봐주지 않는 트럼프의 특성상 국내 정치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한국 등이 트럼프의 다음 공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CNN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트뤼도 총리의 축출을 위협하는 위기를 심화해 캐나다의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동맹국의 국내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는 프랑스, 독일, 한국처럼 정치적 혼란과 내부 분열로 반격이 어려운 다른 정부에 경고음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많은 캐나다인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길 원한다”며 “그들은 세금과 군사 보호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로서는 공개 모욕을 당한 셈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뒤 지속해서 트뤼도 총리를 궁지로 내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 취임 첫날 모든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다급해진 트뤼도 총리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찾아갔지만, 트럼프는 트뤼도에게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이 어떠냐”라고 조롱했다. 이후에도 트뤼도에게 ‘주지사’라고 부르며 모욕적 언사를 이어갔다.
트뤼도는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 추락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지난 16일에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마저 등을 돌렸다. 그는 트뤼도 총리의 경기부양책이 트럼프의 ‘관세 폭탄’ 대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며 사퇴했다.
CNN은 “트럼프에게 이번 주 캐나다 정치의 혼란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며 “그는 첫 임기 때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이끌면서 충돌했던 프리랜드를 한 번에 제거했고, 자신이 싫어하고, 약하고 매우 진보적이며 ‘깨어 있는’ 것으로 여겼던 트뤼도를 손상시켰다”고 전했다.
CNN이 언급한 한국과 프랑스, 독일 모두 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하다. 한국은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이 국정을 이끌고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첫 기자회견에서도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독일에선 올라프 슐츠 총리가 연방의회 신임 투표에서 불신임당해 차기 총선이 내년 2월에 치러진다. 프랑스도 지난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하원에서 불신임당하며 62년 만에 정부 붕괴 사태가 발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CNN은 “트럼프는 다른 대통령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동맹을 무시하고, 양국 모두에 적합한 타협을 거부하기 때문에 미국의 우방국들은 그가 집권하면 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관리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다음 달 취임하면 다른 불공정 거래 관계로 눈을 돌릴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는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지급기)’라고 부르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을 압박해왔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