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매장이 보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하면서 명품업계에서 암호화폐(가상자산) 결제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최근 명품업체와 소매업체들이 새로운 부 창출과 암호화폐 투자자 고객 유치를 위한 방안으로 암호화폐 결제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명품 백화점 쁘레땅이 유럽 백화점 중 최초로 프랑스 내 매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포함한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결제 체계 구축에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 프랑스 금융 기술 회사 리지가 협력했다.
쁘레땅의 시도는 다른 브랜드와 소매업체의 주목을 받았다. 바이낸스 프랑스지사 데이비드 프린케이 사장은 "암호화폐 결제에 관심을 보이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다른 명품 브랜드와도 결제 체계 도입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남성 명품 브랜드 S.T.듀퐁은 크리스마스 연휴 전 파리 매장 두 곳에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진 그룹의 크루즈 회사인 버진 보야지도 이달 처음으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12만달러(약 1억7000만원) 상당인 이 상품은 크루즈선을 타고 최대 1년 동안 항해할 수 있는 연간 패스권이다.
한때 불안정 자산으로 여겨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親)암호화폐 정책을 공언하며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최근 침체기를 겪는 명품 업계에서는 암호화폐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발렌시아가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 가죽 케이스 '렛저 스택스 홀더' /사진=발렌시아가 홈페이지
명품 대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에 관심을 보여왔다. 2021년 후반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브랜드인 루이비통, 위블로, 태그호이어와 케링 산하 구찌, 발렌시아가 등은 일부 매장이나 상품에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했다. 이듬해 구찌는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을 10가지 암호화폐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발렌시아가는 암호화폐 투자자 고객을 겨냥해 지난달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 가죽 케이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는 젊은 고객층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명품 기업 케링의 고객·디지털 최고책임자인 그레고리 바우테는 암호화폐 결제 기술 도입을 "기다리고 지켜보는 대신 테스트하고 배우는 전략"이라며 "젊은 아시아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일부 소비자들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가 가능한 곳을 찾아 명품을 구매한다고 전하며 유명한 암호화폐 투자자 인플루언서 유니스 웅의 사례를 들었다. 웅은 최근 암호화폐로 명품 시계 브랜드인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 등 수천만원 상당 명품 시계 여러 개를 구매했다. 구매 장소는 정식 매장이 아닌 소매업체 등 2차 시장이었다. 그는 로이터에 "명품 매장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나는 지금 당장 물건을 사길 원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명품을 구매한다면 매장이 아닌 2차 시장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의 앤드류 오닐 이사는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제공은 기업들이 '지루한 구식 브랜드'가 아닌 '혁신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암호화폐 결제는 여전히 상징적 의미"라며 "소매업체는 일반적으로 암호화폐의 변동성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암호화폐로 결제된 판매대금을 유로나 달러로 재전환한다"고 짚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