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러닝화 ‘줌 플라이 6’. /나이키
세계 최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새 최고경영자(CEO)가 지나친 ‘할인 판매’를 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꼽으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하겠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이키의 새로운 CEO 엘리엇 힐은 지난 19일 취임 후 첫 실적을 발표하며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힐 CEO는 “나이키가 제품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지 못한 결과 지나치게 (할인) 프로모션에 의존하게 됐다”며 “올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정가 판매와 프로모션 판매가 거의 5대 5의 비율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가격 인하는 우리 브랜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 협력사들의 이익에도 지장을 줬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인턴으로 입사한 후 32년간 나이키에서 근무한 힐 CEO는 실적 부진에 빠진 회사를 되살리는 임무를 맡았다.
힐 CEO는 지난 9월 해임된 존 도나호의 전략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풋라커’ 등 신발 전문 판매업체가 아닌 자사 웹사이트와 매장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도록 한 결과 재고가 쌓여 대폭 할인이 불가피했다고 진단했다.
힐 CEO는 브랜드 이미지를 되돌리기 위해 할인을 피하고, 더 많은 제품을 정가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조치는 단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겠지만 우리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있다”며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나이키는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회계연도 2분기(9~11월) 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한 123억5000만 달러(약 17조 9013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9.41% 감소)보다는 선방한 것이다.
로이터는 “브랜드의 핵심에 다시 집중하려는 힐 CEO의 계획은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시켰지만, 월스트리트는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전했다. 실적 발표 다음 날 나이키의 주가는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방향타 없던 배에 조종할 줄 아는 선원이 생겼다”면서도 “나이키는 변화하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년 동안 나이키 주가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주식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되는 나이키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27.53이었는데, 아디다스는 32.32를 기록했다.
미국 1위 리셀 플랫폼인 스탁엑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나이키 및 조던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반면, 경쟁사인 아식스와 아디다스는 각각 600%, 90% 증가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