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400명 싣고 시속 300㎞로 2.5㎞ 주행
'기관사 감시' 자동 비상제동 덕에 참사 막아
/사진=TGV Lyria 홈페이지
성탄절 이브인 지난 24일 프랑스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던 고속철도의 기관사가 스스로 극단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열차의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 덕분에 대규모 인명 피해는 막았다.
25일(현지시간) 일간 르파리지앵, BFM TV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7시 파리 리옹 역을 출발해 남동부 생테티엔으로 향하던 고속철도(TGV)가 운행 1시간 만에 선로 위에 멈췄다. 해당 열차엔 성탄절을 맞아 고향으로 가던 승객 400여명이 타고 있었다.
검표원들은 상황 파악을 위해 기관사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자 조종실을 확인했고, 내부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관제 당국은 즉시 양쪽 선로의 열차 운행을 중단시키고 소방 당국에 신고했다.
기관사는 열차가 멈춰 선 곳으로부터 2㎞ 상류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수습을 마친 프랑스 철도공사(SNCF)는 성명에서 "열차가 달리는 동안 기관사가 투신했다"며 "철도 가족 전체가 애도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의 끔찍한 비극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기관사는 개인사로 최근 우울증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시속 300㎞로 달리던 고속철도가 완전히 멈추는 데엔 2.5㎞가 걸렸다. SNCF는 "열차는 자동 제동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정차했다"며 "열차 승객의 안전이 전혀 위협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지의 한 열차 시스템 전문가는 BFM TV에 "고속철 기관사는 30초마다 손으로 레버를 조작하거나 발로 페달을 밟아야 한다. 기관사가 5초 이내에 조작하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고, 이후 3초 후에도 아무런 조작이 없으면 비상 브레이크를 작동해 열차를 정지시킨다"며 긴급 제동 시스템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인해 고속철도 12대의 출발·도착이 지연돼 3000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 SNCF는 가장 큰 피해를 본 열차 승객들에겐 티켓 가격의 최대 100%를 보상하겠다고 안내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