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공식 계정에 올라온 ‘오징어 게임2’ 예고편 영상. |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공개된 ‘오징어게임2’가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 중심엔 ‘마약 전과’를 딛고 복귀에 나선 탑(최승현)이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게임에 참여한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대립, 그리고 새로운 참가자들이 펼치는 서스펜스 넘치는 생존 게임을 그린다. 수개월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지난 26일 공개됐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성기훈 역의 이정재. 넷플릭스 제공. |
공개 이후 성기훈 역의 이정재, 타노스 역의 탑에 대한 감상평이 주를 이뤘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탑을 향한 신랄한 혹평이다. 불호가 높은 이유는 주연진 중 유독 비중이 높은 탓이다.
탑이 연기하는 타노스는 하이퍼리얼리즘 그 자체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혐의로 2017년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그는 소속 그룹 빅뱅을 탈퇴하고 연예계 은퇴를 시사해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보란 듯 오징어 게임 출연을 예고했다. 오디션을 통해 뽑혔다는 건 연예계 복귀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탑의 복귀 소식에 비난 여론이 거셌다. 그러자 황동혁 감독은 지난달 간담회에서 “철저히 검증했고 본인도 큰 노력과 재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최승현이 이 역할을 맡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해 그의 캐릭터에 관한 호기심을 키웠지만, 정작 용기가 필요한 건 시청자였다.
“작품이 나오면 다시 판단해달라”는 황 감독의 자신감 섞인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실제 ‘마약 전과자’ 탑은 극 중에서도 ‘약쟁이 래퍼’로 분한다.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 출신의 타노스가 몰래 들여온 형형색색의 ‘약’을 입에 넣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독특한 상황 설정만큼이나 튀는 보라색의 머리스타일, 약 복용 후 들뜬 기분을 표현하는 연출 등 타노스를 향한 공 들인 제작진의 의도가 부각된다.
넷플릭스 공식 계정에 올라온 ‘오징어 게임2’ 예고편 영상. |
그러나 대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얼굴을 한껏 구긴 채 시동을 거는 안면 연기, 부정확한 대사 전달력, 책으로 배운 듯한 추임새 랩 남발에 민망함은 시청자의 몫이다. 특히 타노스 가까이서 호흡을 맞추는 남규(노재원)와 갈등을 빚는 명기(임시완)의 자연스러운 연기력과 비교되어 더욱 몰입감을 해친다. 임시완은 탑과 마찬가지로 아이돌 출신 배우이자 이번 시즌 탑보다 비중이 작은 캐릭터지만 그를 향한 혹평은 찾아보기 힘들다.
흔히 ‘한국 시청자들은 보는 눈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시즌1을 본 시청자들은 더욱 기대감을 갖고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제작진의 책임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다’던 옛말이 떠오른다.
지난 시즌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면, 기존 유명 배우들의 시즌2 출연은 시청자의 상상력을 막았다. 반전에 대한 기대도, 특별한 연기 변신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즌 기발한 게임과 인물들의 갈등, 심리전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엔 ‘딱지맨’ 공유의 활약과 후반부 총격신의 비중이 크게 느껴져 아쉬움을 남긴다. 나홀로 사명감에 불타는 기훈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XX 기훈이 형!”을 외치던 상우(박해수)의 존재가 그리울 정도다. 새벽(정호연), 지영(이유미) 등 시즌1에서 주목받았던 여성 출연자들에 비해 원지안, 조유리 등의 캐릭터는 돋보이지 않는다.
시즌2가 공개되고 혹평이 나오자 황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시즌 3가 2보다 좋다”는 평을 내놨다. 시즌2를 기다린 시청자에겐 다소 당황스러운 발언이다. 이번 시즌, 주연급 배우진들이 생존해 시즌3로 넘어갔다. 다음 시즌이 궁금하긴 하나 이번 시즌 그들의 비중이 타노스보다도 적었다는 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시즌2가 독립적인 시즌이 아니라 시즌3를 위한 징검다리처럼 느껴진 이유다.
하지만 공개 이후 쏟아진 혹평도 글로벌 시청자의 호기심을 막지는 못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2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공개 직후 92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다 다음 날 뉴질랜드까지 추가해 총 93개국 정상에 올랐다.
호평도 혹평도 관심의 일부다. 이제 막 공개된 오징어게임2가 혹평을 딛고 이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