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 창립자 권도형씨가 2024년 3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수십조원의 피해를 낸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주범 권도형(33) 테라폼랩스 창립자가 31일(현지시각) 미국으로 넘겨짐에 따라 앞으로 미국에서 권씨가 어떤 사법절차를 밟을지 관심이 모인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인 2023년 3월 권씨를 증권 사기, 통신망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모두 여덟가지 혐의로 기소해 놓은 상태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권씨가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상자산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허위 정보를 퍼뜨려 투자자들을 속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권씨는 또 미국의 투자회사와 공모해 테라의 시세를 조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권씨와 테라폼랩스의 사기 혐의는 민사소송 판결문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배심원단은 권씨 등이 투자자들을 속이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인정했다. 또 테라폼랩스가 2021년 5월 점프 크립토 홀딩스의 자회사인 타이모샨과 계약을 맺고 테라의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타이모샨이 테라를 매수해 가격을 떠받치도록 한 사실도 증권거래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권씨에게 유죄가 인정될 경우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이지만, 개별 범죄의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는 미국에선 8개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100년이 넘는 징역형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형량은 이보다 더 낮을 수 있다. 지난 2024년 3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최대 1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징역 25년과 110억2천만달러(16조원)의 재산 몰수형을 선고받았다.
권씨는 지난해 6월 증권거래위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뒤 44억7천만 달러(6조5천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한 바 있다.
한겨레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