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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반발 속 마크롱·멜로니 노골적 아부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고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영국과 독일의 현 정부를 공격하면서 극우파 정치세력에 대한 노골적 지원에 나섰다.

내정간섭으로 간주될 소지가 다분하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프랑스 대통령과 이탈리아 총리는 아예 대놓고 머스크에 ‘아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과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의회를 해산하고 새 총선거를 치러서 취임 7개월 된 노동당 정부를 몰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을 X(옛 트위터)에 공유하며 “예스”라며 동조 의견을 밝혔다.

전날 머스크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있을 때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비난하면서 재조사와 스타머 총리 사퇴를 주장했다.

머스크는 또 작년 10월부터 징역형을 살고 있는 영국의 악명높은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실명 스티븐 약슬리-레넌)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머스크는 극우파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지난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만났으며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23일 선거를 치르는 독일에서는 머스크가 더욱 공공연하게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머스크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으며, 이 당의 총리 후보인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라이브 토크쇼를 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20일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X에 글을 올린 데 이어, 연말에는 독일 신문에 AfD가 “(독일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지지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또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부르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무능한 멍청이이며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주장 중에 황당한 것이 여럿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영국 국왕이 총리 요청 없이 의회를 해산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또 머스크가 거론한 아동 성착취 사건은 이미 10년 전에 폭로돼 오래 전에 조사가 종결된 사안이고, 재조사 여부는 지방의회의 결정에 달렸다.

머스크의 AfD 지지에 대해서는 나치 패망 후 80년간 독일이 힘들여 쌓아 온 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것이냐는 거센 비판도 독일 내에서 나온다. 토미 로빈슨은 머스크와 트럼프가 후원하는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마저도 거리를 두려고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인물이다.

머스크가 이처럼 ‘망언’이라고 할만한 막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영국과 독일 정부는 강도 높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몇 달간 반응을 자제하다가 이달 3일이 돼서야 보건담당 장관과 차관이 언론에 “일론 머스크가 한 비판 중 일부는 내가 보기엔 잘못된 판단이며, 잘못된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미국 시민이니 대서양 건너편의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맞을 것” 정도로 발언했다. 이런 영국 측 반응에 대해 NYT는 “정중하다”(polite)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 독일 정부 대변인은 “머스크가 (독일) 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독일에서는 투표소에서 투표 유권자들에 의해 선거 결과가 결정된다”, “머스크가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자유지만 다른 사람이 그 의견에 동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연구기관 ‘브리티시 퓨처’의 순데르 카트왈라 소장은 “머스크의 메시지가 영국과 독일에서 통하지 않고 있지만, 두 나라 정부들은 트럼프와의 관계 때문에 대응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와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공직자조차 아닌 머스크가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며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머스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요약했다.

이런 가운데, 아직은 머스크의 공격 대상으로 찍히지 않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머스크에 대한 ‘아부’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12월 7일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머스크를 초청해 환대했으며, 올해 2월 파리에서 열릴 인공지능(AI) 관련 정상회의에도 이들을 초청했다.

멜로니 총리는 3일 발간된 일간지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인물이며, 항상 미래를 생각하는 특별한 혁신가”라고 극찬하면서 “우리는 확실히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뛰어난 사람이고 그와 대화는 언제나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당사국들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경계 속에서도 내정간섭을 되풀이하는 원인을 두고는 여러 견해가 제기된다. 일부는 트럼프를 권좌에 다시 올려놓고 이너서클에서 자리를 잡은 머스크가 유럽에서도 비슷한 영향력 확보를 노린다고 의심한다. 영국 정치 평론가인 패트릭 맥과이어는 더 타임스 기고에서 “새해 들어 머스크가 더는 삐딱한 시선을 지닌 평론가가 아니라 정치계 내부에 있는 세도가”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머스크가 트럼프와 공유하는 친기업 이념을 전파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캐나다 요크대학의 일란 카푸 교수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머스크와 트럼프에게 민주주의 , 토론, 견해차, 국가 주도 복지 등이 모두 기업활동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카푸 교수는 “이는 이들이 더 권위적인 형태의 통치를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라며 “이들은 권위주의적 통치가 정치적 반대를 제거하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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