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의장 자격으로 트럼프 승리 공식 인증
“시민들, 민주주의 위해 싸울 의지 가져야”
“오늘 미국의 민주주의는 바로 서 있습니다.”(Today, America’s democracy stood.)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공식 인증하는 절차를 마무리하며 한 말이다. 미국 헌법상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회의 주재 임무가 해리스한테 주어졌다. 지난 11월 대선 직후 선거 결과에 승복한 해리스이지만 그래도 패자가 직접 승자의 손까지 들어줘야 주는 것은 얄궂은 운명이라 하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공식 인증하는 절차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날 상하원 합동회의에선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모인 가운데 대선 결과 인증 절차가 진행됐다. 미 대선은 국민 직선제가 아니고 총 538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다. 선거인단 과반(270명 이상)의 지지를 얻는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다. 지난 대선 결과 공화당 후보 트럼프가 312명, 민주당 후보 해리스는 226명을 각각 확보했다.
해리스는 회의 주재를 시작하며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전체 538명 중 312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뒤 “226표를 받았다”고 덧붙인 뒤 “이로써 트럼프 당선인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선언했다. 미 언론은 “회의 도중 해리스 부통령은 차분한 표정으로 정면을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회의가 열리는 동안 해리스는 ‘당선인을 축하한다’거나 ‘앞으로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한다’는 등의 덕담은 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평화적 정권 이양에 협조하지 않은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나는 트럼프와 다르다’라는 점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침 이날은 2021년 1월6일 트럼프의 선동에 넘어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를 번복하라”고 외치며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한 이른바 ‘1·6 사태’ 4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공식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옆에 있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이 손뼉을 치며 반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
해리스는 “우리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둥 중 하나는 평화로운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유권자들이 던진 표의 숫자를 정확히 계산해 선거 결과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통령으로서) 나의 헌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해리스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려는 우리의 의지만큼이나 강력하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겨냥한 듯 “모든 사람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또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존중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해져 위기의 순간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