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덴마크 의회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덴마크가 자국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해 '미국 땅'이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매입 의사를 계속 드러내며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연 데 대한 반응이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이날 "그린란드가 나름의 야망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 야망이 실현되면 그린란드는 독립하겠지만 미국의 주가 되겠다는 야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스무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북극해에서 중국과 러시아 활동 증가에 따른 미국 안보상 필요를 이유로 그린란드 매입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적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안보 강화 열망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미국 측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두 가지 모두에 대해 장담할 수 없지만, 경제적 안정을 위해 그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자신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덴마크는 스스로 자국 영토에 대한 트럼프 위협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으나, 취임을 2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유럽 동맹국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덴마크는 미국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된 국가다.
[그린란드=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7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해 미소를 짓고 있다. 2025.01.08.
공교롭게도 같은 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의 개인 전용기를 타고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찾아 4~5시간 정도 체류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정말 춥다"면서도 "이곳에 오게 돼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놀라운 장소를 보기 위해 관광객으로 이곳에 왔다"며 "원래는 지난봄에 방문할 계획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위협이 계속되자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7일 늦게 덴마크 코펜하겐을 전격 방문해 프레데릭 10세 국왕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일원인 프랑스의 장 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그린란드는 유럽의 영토"라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침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EU는 세계의 다른 국가들이 주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국경 불가침성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경은 무력으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의 최근 돌발행동은 유럽 정부들 사이에 불안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역시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블링컨 장관은 "분명히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건 분명히 실현될 수 없는 아이디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