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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과 스밈
왼팔 보고 “니는 잘했나” 발언 논란
내란 범죄자 처벌이라는 본질 흐려
58년 음악적 성취 깎아먹은 듯해 씁쓸

 

가수 나훈아. 예아라∙예소리 제공

가수 나훈아. 예아라∙예소리 제공


“여러분, 저는 구름 위를 걸어다녔습니다. 스타니까 땅바닥에서 안 걸어다니고 별답게 하늘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려고 애를 먹었습니다. 그게 쉬운 것 같아도 참 힘들었습니다. 이제는 땅에서 걸어다닐 겁니다.”

“절대 울지 않겠다”던 ‘경상도 상남자’ 나훈아(77)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나훈아 고별 콘서트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현장엔 그의 마지막 공연을 보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사내답게 살다가/ 사내답게 갈 거다/ 사내답게 갈 거다~” 그는 마지막 앙코르곡 ‘사내’를 부른 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의 모습이 무대 뒤 대형 화면에 비쳤다. 이어 요란한 굉음과 함께 드론이 등장했다. 나훈아는 드론에 마이크를 매달고 거수경례를 했다. “여러분, 이제 저는 마이크를 내려놓으려 합니다. 여러분이 노래를 불러주십시오. 감사합니다.” 1967년 데뷔해 58년 가수 외길을 걸어온 나훈아의 공식적인 마지막 무대 멘트였다.

이날 무대에서 그는 ‘고향역’ ‘18세 순이’ ‘무시로’ ‘영영’ ‘홍시’ ‘테스형’ 등 20곡 넘는 히트곡을 쉼 없이 불렀다. 게스트 없이 혼자 3시간을 달리며 왕성한 체력을 과시했다. 노래마다 옷을 갈아입고, 화려한 레이저, 조명,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무대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유의 입담은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한평생 노래해온 자부심과 자신감도 드러냈다. “대한민국에서 뒤집고 꺾는 노래는 나훈아가 최고로 잘한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아니고, 제가 만든 겁니다.”
 

나훈아의 은퇴 공연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앞 모습. 이정국 기자

나훈아의 은퇴 공연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앞 모습. 이정국 기자


마냥 아름다운 마무리였으면 좋았겠지만,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일 공연에서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12∙3 내란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수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는 진보진영을 비판하며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고,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이를 의식한 듯 나훈아는 이날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막 뭐라고 그랬다. 그래서 내가 ‘니는 잘했나’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래, (오른쪽도) 별로 잘한 거 없어. 그렇지만 니는 잘했나’ 이 얘기거든”이라며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곡해해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명백한 범죄인 내란을 두고 왼쪽∙오른쪽 편을 가른 자체가 갈라치기라며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선거할 때 봐라. 한쪽은 벌겋고, 한쪽은 퍼렇고, 이 미친 짓을 하고 앉아 있다. 안 그래도 작은 땅에서 경상도니 전라도니 이 XX들을 하고 있다”며 동서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뒤흔든 범죄자 처벌이라는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이날 3시간 공연 중 1시간 가까이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마지막 무대를 보려고 온 관객들에게 노래만으로 가득 채워도 아쉬울 고별 공연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그의 ‘말’은 지난 58년간 쌓아온 음악적 성취마저 깎아먹은 듯해 씁쓸하다.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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