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 "대통령 석방 이유 차고 넘쳐… 증거인멸 염려 없어"

을사늑약 규탄 '시일야방성대곡' 차용
"엉터리 구속영장 발부… 포기 안 할 것"
법원 난동 관련해선 "경찰이 시민 자극"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후문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부순 현판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윤 대통령 측은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입장문을 내서 이같이 밝혔다.

시일야방성대곡은 '이날 목 놓아 통곡한다'는 뜻으로, 1905년 11월 황성신문 사장이자 주필이었던 애국운동가 장지연이 한국 외교권을 박탈한 일제의 을사늑약을 규탄하며 내놓은 논설 제목이다.

변호인단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내놓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말조차 차마 꺼내기 어려울 정도의 엉터리 구속영장 발부"라며 "불법적인 체포영장 발부부터 집행 과정에서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진 사법부의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사법부의 마지막 양심을 믿고 싶었다"며 "윤 대통령은 사법부에 대한 존중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해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대통령의 결단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전날 서울서부지법 당직법관인 차은경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윤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공수처와 이를 받아들인 사법부를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공수처 수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일국의 대통령을 구속해야 할 이유를 납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당장 대통령을 석방해야 할 사유는 차고 넘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영장을 청구하며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로 다수 증거물이 확보됐다'고 밝힌 바 있다"며 "애당초 생방송으로 중계된 단 6시간의 계엄에서 더 이상 나올 증거도 인멸할 증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또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 단 한 줄"이라며 "찾고 찾아도 사유를 찾을 길이 없자, 그나마 핑계가 되는 사유를 내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현재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고, 사건 핵심 관계자 10여 명은 이미 구속기소된 상황이라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벌어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도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심야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와 불행한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며 "민주노총의 불법 시위에는 그토록 관대했던 경찰이 평화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자극하고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시민을 자극하고 공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해야 하고, 시민도 분노를 억누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주장을 펼쳐주길 부탁드린다"며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을 책임은 오롯이 공수처와 사법부에 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공수처와 사법부에 최후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하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그리고 우리 변호인단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잘못을 바로잡아 대한민국의 자유와 정의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