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뒤집고 또 뒤집고…美 정권 교체마다 몸살 앓는 파리협정

by 민들레 posted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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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행정명령 서명
미국, 오바마 정부 때 합류 뒤로 탈퇴·가입 반복
중국 견제와 '바이든 지우기' 복합적 작용한 듯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곧바로 파리협정을 탈퇴한다는 내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곧바로 파리협정을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5.01.21.

파리기후협약이 미국 정권 교체기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또다시 미국은 비준철회국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곧바로 파리협정을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의제가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의도에 이목이 쏠린다.
 

파리협정은?…교토의정서 대체할 기후위기 대응책


파리협정은 2015년 12월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기후위기 대응 국제협약이다.

당시 만료를 5년 앞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기후위기 대응책으로 제시된 파리협정은 1850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치를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파리협정 목표치를 이탈했다.

파리기후협정 가입국은 5년마다 상향된 국가별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다음 제출 기한은 다음 달 10일이다.

미국을 포함해 UNFCCC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43개국은 오는 2035년까지 연 3000억 달러를 공동 분담금을 내야 한다. 중국은 UNFCCC 기준으로 개발도상국에 속한다.
 

[파리=AP/뉴시스]오는 30일(현지 시간)부터 세계 기후변화 정상회담이 열릴 프랑스 파리의 환경부 앞에 지구 모양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6일 배포한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파리=AP/뉴시스]오는 30일(현지 시간)부터 세계 기후변화 정상회담이 열릴 프랑스 파리의 환경부 앞에 지구 모양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유엔 환경계획(UNEP)은 6일 배포한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다 합치더라도 목표인 2도 미만의 기온 상승 억제가 불가능하다면서 2030년까지 120억 t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5.11.07.
 

美, 복잡한 합류 이력…가입→탈퇴→재가입→재탈퇴


미국은 정권에 따라 파리협정에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될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에 동참해 서명과 비준을 마쳤다. 이는 초강대국 미국의 동참으로 세계적 기후위기 대처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졌다.

하지만 처음 백악관을 차지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 미국에 불공평하며 미국인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를 들어 파리협정 체제 이탈을 선언했고 3년 만인 2020년 이를 실행으로 옮겼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프랑스) 파리가 아니라 (미국) 피츠버그 시민을 대표하기 위해 선출됐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인류가 직면한 큰 과제로 꼽히는 기후위기 대처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국제 사회의 큰 비판을 받았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이듬해 새 대통령으로 취임해 이를 곧장 복원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동시에 미국 정부의 결정은 또 정반대로 뒤집혔다.

미국 정부의 파리협정 탈퇴와 재가입 반복은 기후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소득 국가의 경제적 분담 문제가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의제라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중국이 세계가 기후 위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초강대국이라는 인식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DB) 2025.0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시스 DB) 2025.01.21. [email protected]
 

파리협정 탈퇴는 中 부상 견제한 포석?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과 동시에 파리협정 탈퇴가 대두된 데에는 세계적 경제 패권 유지를 위한 중국 견제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파리협정은)불공정하고 일방적인 강도질"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처벌받지 않고 오염을 배출하는 동안 미국 기업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한 뒤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우리는 다시 부유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 발밑에 있는 액체 상태의 금(석유)"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그는 "기후변화는 중국의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부상하는 중국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미국이 파리협정 가입국으로서 분담금을 내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고율 관세 부과 등 중국을 향한 견제구를 계속해 날려온 트럼프 당선인의 파리협정 탈퇴 이유가 설명되는 대목이다.

WP는 "복수의 차기 행정부 관료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 통화에서 이 명령(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은 부분적으로 인공지능(AI) 군비경쟁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앞서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미 세계 태양광 패널 제조에서 중국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유럽 자동차 제조업체와 경쟁에서 급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4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5.01.21.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4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5.01.21.
 

앞선 정권 지우기도 작용했나?


탈퇴 결정에는 '바이든 행정부 업적 지우기'라는 국내 정치적 의도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기후 정책을 종료하고 인허가를 간소화하며 광물 채굴과 가공을 포함한 에너지 생산·사용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모든 규제 철폐를 검토해 미국의 에너지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NN은 "미국은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공보실의 우선순위 목록에 따르면 그는 비(非)연료 광물의 채굴·가공을 포함해 에너지 생산·사용에 과도한 부담을 부과하는 규제를 간소화하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을 생활비와 관련한 광범위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임무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며 "풍력 에너지를 위한 토지·수역 임대를 중단하고 전기 자동차를 장려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를 취소하는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 임기 4년을 신속하게 되돌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