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인, 발행 나흘 만에 시총 10조원
트럼프 직접 홍보에 미국 현지 언론 비판
영부인 멜라니아 밈코인까지 인기리에 거래
“美 공직자 가상자산 규제 공백에 속수무책”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통령 취임식 후 축하 무도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리니아 트럼프 여사가 참석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이름을 딴 밈 코인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직접 경영에 관여한 기업들이 밈 코인을 발행했고 이 때문에 대통령 내외가 지나치게 이익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밈 코인 논란을 두고 미국 내 가상자산 발행 및 보유 관련 규제 공백이 초래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등을 통해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 발행 사실을 알렸다. 밈 코인이란 뚜렷한 용도 없이 재미를 위해 만든 가상자산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가치 저장 수단 혹은 결제 수단으로써 만들어졌다기보다 가상자산 이용자들 사이에서 재미를 위해 발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세 변동이 심한 편이다.
트럼프 코인은 발행과 함께 즉각 윤리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코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코인 전체 발행량의 80%는 트럼프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현재 그룹 경영을 맡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그룹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그룹 소유권을 처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그룹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를 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X
이 때문에 트럼프 코인 가격이 상승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일가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첫 발행 직후 0.41달러에 거래되던 트럼프 코인은 한국 시각 21일 오후 1시 기준 35.24달러(약 5만원)에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은 70억달러(약 10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선거감시단체인 선거법률센터(CLC)의 켄드릭 페인 부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가장 큰 이해상충 문제는 트럼프 호텔이었는데 이제 트럼프 코인까지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밈 코인을 만들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9일 ‘멜라니아 밈’을 만들고 이를 엑스(X·옛 트위터)에 홍보했다. 멜라니아 밈을 관리하는 회사는 MKT 월드인데 플로리다 주정부 웹사이트엔 멜라니아 여사가 이곳의 관리자로 등재돼 있다.
멜라니아 밈 시세는 전날 한때 13달러(약 1만8000원) 가까이 치솟았다가 현재 3.80달러(약 5400원)에서 거래되며 전날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19일(현지시각) 오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밈 코인 '멜라니아 밈' 출시 소식을 알렸다. /멜라니아 여사 X
트럼프 부부 밈 코인의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자 글로벌 가상자산업계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두 밈 코인이 가상자산 수급을 왜곡하고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가상자산 전문 관리사 스위스 블록의 헨릭 제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코인을 보면 가치가 0이지만, 몇천 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이것은 버블이고 끔찍하게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규제 공백을 꼽았다. 미국에선 가상자산의 성격을 규정한 법령이 없을 정도로 관련 규제가 미비하다.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백지신탁 의무는 물론 특정 가상자산 발행 및 홍보를 금지한다는 명문화된 규정도 없다.
제재 근거가 없기에 트럼프 코인 발행을 두고 미국 현지에서도 위법 행위라고 단정 짓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덕적인 비판은 할 수 있어도 트럼프 그룹의 시세조종 및 부당이득 취득이 밝혀지지 않는 한 법적인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