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트럼프의 운하 회수 주장 비난하며 유엔에 항의 서한 제출
안보리 소집 요구는 아직 안해, 중국 연관된 기업 감사 시작
그린란드 "미국인 될 생각 없다" 재차 강조, 트럼프와 대화 모색
덴마크, 트럼프의 영토 욕심에 "원한다고 제멋대로 가질 수 없어"
20일(현지시간) 파나마의 파나마시티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취임 전부터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2기 정부 일정을 시작하면서 주변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파나마는 일단 유엔에 항의 서한을 보냈으며 그린란드는 미국령이 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파나마의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이 전날 유엔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의 발언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20일 취임식 가운데 파나마 운하를 언급하고 “우리는 그것을 중국에 준 것이 아니다. 우리는 파나마에 주었고, 이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물리노는 서한에서 “파나마와 운하에 대해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발언한 내용 전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밝히고 “운하는 파나마의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중미와 남미 사이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2km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주도로 1914년에 완공되었다. 미국은 이후 85년 동안 운하를 관리했으나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다. 연간 최대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4%를 담당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중국이 파나마 운하 운영에 관여하고 있으며, 파나마 정부가 미국에 운하 이용료로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외신들은 홍콩의 항만운영사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항만공사를 소유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과 연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CK허치슨은 세계 최대의 항만운영사로 영국 등 24개국에서 53개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달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를 되찾기 위해 무력이나 경제적 압박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리노는 20일 서한에서 트럼프의 주장이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밝혔다. 유엔 헌장은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위협이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파나마는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21일 현지 감사원을 통해 파나마 항만공사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파나마 콜론 인근에서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화물선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트럼프의 지난달 파나마 운하와 함께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도 미국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상 필요성을 언급한 뒤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20일 취임식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린란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제 안보에 필요한 것"이라면서 "사방에 러시아의 배와 중국의 배가 있는데 그들(덴마크)은 그린란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다시 명확히 하겠다"며 "우리는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에도 미국 연방에 합류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에게데는 미국과 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 협력할 생각이 있지만 그린란드의 미래 결정은 "그린란드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은 트럼프와 회담이 수일 내에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날 덴마크의 라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나라가 작건 크건 간에 모두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는 국제적이며 규범에 기반을 둔 시스템에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나 강대국이건, 어떤 나라이건 간에 그저 자신들이 원한다고 해서 제멋대로 갖는 그런 국제 규칙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라스무센은 트럼프가 "그린란드 주변과 북극 지역의 안보를 위해 덴마크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면 우리도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오른쪽)이 19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스튜디오에서 그린란드의 미래에 대한 토론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