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에서 개선군으로’… 트럼프, 4년전 폭동 가담자 1500명 사면

by 민들레 posted Jan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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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맞춰 그의 지지자가 워싱턴 구금 시설 밖에서 가족들의 사면을 기대하며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맞춰 그의 지지자가 워싱턴 구금 시설 밖에서 가족들의 사면을 기대하며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승전 군대가 수도 점령하듯"…

전자발찌 찬 지지자는 스타 대접

트럼프, 4년 전 폭동 현장서 취임 선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실패를 딛고 대통령직에 복귀하면서 4년 전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 의회 의사당에서 폭동을 일으켰던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이 워싱턴DC에서 취임식을 찾아 축제를 벌였다.

2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워싱턴에 돌아온 1·6 의회 폭동 가담자들은 4년 만에 뒤바뀐 운명에 감격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전날 4년 만에 처음으로 워싱턴DC를 찾았다는 콜로라도 출신의 지지자 레베카 라브렌즈(72)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의회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8월 유죄 판결을 받고 6개월간 자택 구금을 선고받은 라브렌즈는 이번 취임식을 보기 위해 법원으로부터 특별 외출 허가를 받고 나왔다.

붉은 구두 위에 검은 전자 발찌를 차고 나온 라브렌즈는 가는 곳마다 그를 응원하며 심지어 동경하는 동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서 가방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였다고 WSJ은 전했다.

지난 4년의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 라브렌즈는 WSJ에 "너무 감정적인 상태"라면서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라브렌즈와 같은 1·6 의회 폭동 가담자(일명 ‘J6’)를 비롯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취임식을 앞두고 속속 수도로 집결하면서 워싱턴DC의 풍경은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가 패배한 군대를 몰아내고 수도에 입성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고 WSJ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그의 취임을 기뻐하며 건배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그의 취임을 기뻐하며 건배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한 2016년 진행됐던 진보 단체의 반(反) 트럼프 집회인 ‘위민스 마치’와 같은 대규모 반대 시위는 이번에는 사실상 열리지 않았으며, 일부 진보 운동가들만 모여 빗속에서 침통한 분위기로 집회를 열었다.

반면 워싱턴에 몰려든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는 모두 승리 열기로 들뜬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감격에 복받친 이들은 4년 전 의회 폭동에 가담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선고를 받은 이들이었다고 WSJ은 전했다.

4년 전 분노한 폭도로서 도시를 행진했던 이들은 이번엔 마치 승리한 개선장군과 같은 기쁨에 젖어 도시를 누볐다.

의회 폭동 가담자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 수감되어 있는 워싱턴의 중앙 구금 시설 바로 앞에서는 이들을 마치 ‘독립투사’로 떠받드는 듯한 기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취임식을 앞두고 워싱턴을 찾은 ‘J6’들은 범죄자로 보내야 했던 지난 4년의 세월에 대한 일종의 억하심정과 함께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해줄 것이란 기대감 등이 혼재된 모습이었다.
 

지난 2021년 1월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구금됐던 이들의 가족 및 친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국회의사당 밖에서 성조기를 휘두르며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021년 1월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구금됐던 이들의 가족 및 친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국회의사당 밖에서 성조기를 휘두르며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년 넘게 뉴욕에 살던 트럼프 지지자 브랜던 스트라카는 1·6 의회 폭동에 가담한 이후 지난 4년을 네브래스카주의 고향 집에 구금된 채로 보내야 했다.

역시 취임식 참석을 위해 법원의 외출 허가를 받고 워싱턴에 온 스트라카는 축하 무도회나 다른 정치 행사는 참석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나에게 있어 개인적으로 지난 4년은 매우 길고 잔인했다.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보호 관찰 기간은 다음 주면 끝나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의 형태로 면책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1·6 의회 폭동 가담자들이 민주당 등 반대 세력에 의해 범죄자가 된 ‘인질들’이라며 감쌌으며 취임 후 이들에 대한 사면을 약속해왔다.

그는 이날 4년 전 폭동이 벌어진 현장이었던 의회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지난 2021년 1월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구금됐던 이들의 가족 및 친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기뻐하며 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밖에서 ‘임기 첫날 인질들을 석방하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AFP

지난 2021년 1월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구금됐던 이들의 가족 및 친구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기뻐하며 취임식이 열린 국회의사당 밖에서 ‘임기 첫날 인질들을 석방하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1·6 의사당 폭동 사태로 기소된 자신의 지지자 1500여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것은 큰 사안"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이 오늘 밤에 (감옥에서)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폭동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의장은 성명을 내고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터무니없는 모욕"이라면서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결과를 부정했으며 그의 지지자들은 조 바이든 당시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인준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21년 1월 6일 의사당으로 난입해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의사당 폭동 사태 선동 등의 혐의로 형사 기소됐으나 작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뒤 법무부의 ‘현직 대통령 불기소 방침’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