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과시했던 트럼프, 취임 후 강경일변도…"러 추가제재"
신중한 러시아…"유리한 조건 없으면 끝까지 전쟁"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연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 공약은 이미 물 건너간 데 더해 푸틴 대통령이 보란 듯이 중국과 이란 등 전통적 우방국과 결속을 강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러시아를 향해 "합의하지 않으면 조만간 러시아와 다른 국가에 높은 수준의 세금과 관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해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라며 "지금 당장 타협하고, 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멈추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조만간" 대화하겠다며 러시아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취임식이 거행된 지난 20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평화 협상을 거부함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더 크고 더 잃을 병력도 많지만 국가는 그렇게 운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트럼프, 지금껏 가장 강력한 언어로 푸틴 비판"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향해 이처럼 비판을 연일 쏟아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영국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역대 가장 강력한 공개 비판"이라고 봤으며 NY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했던 말 중 가장 비판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푸틴 대통령을 신속하게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내내 취임 후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인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전쟁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해졌다"라며 종전 기한을 최대 6개월로 변경하는 등 기조를 바꿨다.
그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특사 키스 켈로그 역시 종전 기한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00일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러시아가 자신의 협상 참여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반영됐다"고 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노보 오가료보 관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갖고 "러시아는 어떠한 형태의 '대만 독립'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01.2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트럼프 외면 중인 푸틴…"원하는 조건 안맞으면 끝까지 싸울 듯"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겠다면서도 행동에는 나서지 않는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했고, 양국 정상은 서로를 올해 전승절 행사에 맞초대하는 밀착 관계를 과시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지난 17일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만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거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봐야 한다"라며 "단순히 전쟁을 끝내기보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 간 무역 관계가 이미 위축됐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와 제재 경고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워 러시아가 조만간 협상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가디언에 "러시아는 자국에 유리한 협정으로 상당한 자원을 아낄 수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조건이 맞춰지지 않을 경우 끝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FT에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고 싶지 않고 평화에 대한 압박도 받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