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메이크업 '일반인 모델' 열풍
새로운 '짠테크' 중 하나로 급부상
'사진 제공' 조건 무료 등으로 진행
기자가 직접 헤어모델 시술을 받아봤다. (왼) 커트 전 (오) 커트 후/사진=유지희 기자
"제 얼굴이 담긴 사진이 여러 군데 올라가겠지만 머리만 예쁘게 된다면 상관없어요."
직장인 모혜민(26)씨는 벌써 5번째 미용실 협찬을 받아 저렴하게 머리를 했다. 모씨는 "커트가 5만원이 넘는 비싼 업체였지만 헤어 디자이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러한 혜택을 받았다"며 "시술에 따라 무료거나 약값 정도만 받기 때문에 돈을 절약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2030세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미용실·메이크업 샵 등을 협찬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고물가로 인해 확산된 '짠테크'(절약+재테크)가 미용 소비에도 번지는 모양새다.
미용도 '짠테크' 소비 열풍
22일 네이버 카페에 '헤어 무료모델', '무료모델'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자 모델 구인구직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십만건씩 일반인 헤어·메이크업 구인 구직 글이 쏟아졌다.
이들 게시물에는 '얼굴 공개'를 조건으로 포트폴리오 블로그 및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모델을 구한다는 글과 함께 오픈 카카오톡 주소가 함께 기재됐다. 글 작성자 대부분은 모델 문의 시 본인 셀카(셀프카메라)를 요청했고 이와 함께 작성자 본인이 원하는 시간을 지정하거나 상호 협의하에 시술을 진행한다고 쓰여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와있는 일반인 헤어모델 사진, 네이버 카페에 올라와있는 일반인 헤어모델 구인 글/출처=네이버 카페. 인스타그램
헤어모델의 경우 클리닉과 커트는 무료, 염색과 펌은 소정의 약값을 받고 진행하거나 조건부 무료였다. 메이크업도 원래 가격의 4분의 1, 5분의 1 수준의 재료비만 받거나 영상을 찍는 조건으로 무료 혜택을 줬다.
최근 미용실의 평균 가격은 강남 소재 유명 미용 프렌차이즈 4곳(준오헤어, 차홍룸, 리안헤어, 아이디헤어) 여성 시술 기준 커트 약 4만원, 일반펌 18만5250원, 염색 14만750원이다. 만약 모델 가로 진행 시 '무료' 혹은 1만~5만원 내외의 재료비로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이점이 크다.
지난달 미용실 협찬을 받았다는 직장인 배유정(27) 씨는 "요즘 물가에 미용실 가서 파마라도 한다면 강남 기준 몇십만원이 그냥 나가는데 사진만 제공하면 재료비 몇만 원에 원하는 시술을 받을 수 있어 돈 굳는 거 같아서 좋다"며 "어차피 원래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얼굴 사진을 올리기 때문에 얼굴 팔린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접 방문해 보니…SNS용 사진 촬영 빼곤 큰 차이 없어 '만족'
지난 21일 기자는 직접 '모델나라'등 카페에서 무료 헤어모델을 신청해 시술을 받아봤다.
몇몇 군데를 추려 게시물에 기재된 오픈 카톡으로 기자의 사진과 원하는 헤어스타일, 시간 등을 문의했는데 손님이 많이 몰리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 시간은 선택에서 제외됐고, 보통 평일 오전으로 신청하니 대부분의 업체에서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자가 직접 헤어모델 시술을 받아봤다./영상=유지희 기자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한 프렌차이즈 미용실에서 헤어 커트 협찬 작업을 진행했다. 오픈 시간이라 손님은 기자 혼자였다. 디자이너는 기자를 미용실 한편에 세우고 SNS용 시술 전 사진을 찍었고 커트 과정을 모두 영상에 담았다.
이러한 과정을 제외하고는 일반 손님으로 방문했을 때와 동일했다. 무료였지만 실제 가격(3만5000원)을 지불했을 때와 같은 만족감을 얻었다. 헤어 커트, 샴푸, 드라이의 과정을 마친 후 시술 후 사진을 찍고 마무리됐다. 모델 작업을 포함한 헤어 커트 총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5분이었다.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20대 기연수씨는 "헤어 무료 모델 게시글을 올리면 하루에 최소 5건씩은 꾸준히 문의가 오고 있는데 이미지가 맞는 분을 선정해 꾸준히 모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이러한 작업은 평일 오전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에도 큰 차질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마케팅 일환으로 협찬 진행, SNS 개설은 필수"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용업계에서 일반인 모델을 이용한 협찬을 진행하는 이유는 SNS를 통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플랫폼 등에 광고료를 지불하거나 전문 모델을 고용하기보다 광고 효과도 커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대부분의 2030세대가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하고 있어 미용업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무료 모델을 통한 SNS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세대별 SNS 이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SNS 이용률은 밀레니얼 세대가 90.6%로 가장 높았고 Z세대가 87.2%로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인스타그램(48.6%)으로 SNS 이용자 2명 중 1명은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용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인 모델을 이용하면 소비자들에게 현실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일반인 모델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기씨는 "일단 헤어 디자이너가 되면 SNS를 개설하는 게 너무 당연한 수순이 됐고 고객들도 SNS 해시태그나 피드를 보고 미용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