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그룹, 가상화폐 업계 규제 완화 방안·국가 차원 가상화폐 비축 방안 마련
행정명령 서명 직후 가상화폐 가격 올라...비트코인, 10만 5,016달러에 거래
트럼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어제(23일)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플랜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상화폐 워킹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검토할 실무그룹 신설을 지시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20일 취임 이후 4일 만에 내놓은 가상화폐 업계 관련 첫 조치입니다.
그는 지난해 7월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석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삼을 것"·"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100% 비축할 것"·"현재 정부 소유의 비트코인을 단 한 개도 매도하지 않을 것" 등의 발언을 하며 꾸준히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공약해 온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서 "디지털 자산 산업은 미국의 혁신과 경제 발전뿐 아니라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의 책임 있는 성장과 사용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행정부의 정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행정명령은 디지털자산·금융기술 분야에서 미국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관련 용어와 의미를 규정하고 실무 그룹을 창설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가상자산 업체들을 위한 은행 서비스가 보호받도록 하고 중앙은행의 디지털 통화 창설을 금지하는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7월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가상화폐 산업 육성과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강대국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가상화폐 실무그룹 신설 지시로 이런 플랜의 첫 단추를 끼운 셈입니다.
신설될 실무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화폐 및 인공지능(AI)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가 이끌며, 재무장관, 법무장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등 관련 정부 기구 수장들이 대거 관여합니다.
이 그룹은 디지털 자산 관련 정책에 대해 백악관에 조언하는 역할을 하며 6개월 이내에 가상화폐 입법 관련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실무그룹은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행정명령에 적시된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새로운 규제의 틀은 사실상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 가상화폐 업계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는데, 여기에는 앞선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와 단속 일변도의 정책에 대한 반발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자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 가상화폐 자문위원회 신설 등을 실현하는 행정명령을 위해 로비를 벌여오기도 했습니다.
또 실무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을 공언해 온 만큼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비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입니다.
비트코인 비축량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 비트코인 외에 다른 가상화폐도 비축 자산에 포함될지 여부는 앞으로 시장의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상화폐 업체들을 위한 은행 서비스가 보호받도록 하고 가상화폐를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채굴해 미국에서 만들도록 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실무그룹이 본격 출범하면서 앞으로 6개월 내 이런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가상화폐 가격은 크게 요동칠 수 있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비축량 수준은 물론, 다른 가상화폐의 비축 자산 포함 여부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24일) 글로벌코인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2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2.78% 오른 10만 5,016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이 바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과 함께 이더리움도 24시간 전 대비 5.01% 오른 3,366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리플과 같은 소송 리스크가 높은 프로젝트는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더리움과 솔라나도 규제 부담에서 다소 벗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4일) 일본은행이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엔캐리 청산 가능성과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반응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협회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틴 스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을 "업계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를 반기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기관들이 가상화폐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철회하거나, 연방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구매하도록 하는 지시가 담겨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미국 정책 변화에 따라 국내 규제 속도를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법인계좌 허용 논의를 가속화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가상화폐 정책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