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투입해 보안검색대 대부분 열자 입장 1분, 보안검색 1분
“이렇게 빨리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왜 안 했던 걸까”
작년 11월 말쯤부터 인천공항 ‘출국 대란’
보안검색대 승객 많을 때도 30%만 열어 ‘대기 1시간’, 비행기 놓칠 뻔
25일 낮 12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손덕호 기자
올해 설 명절이 기본 6일, 하루 휴가를 쓰면 최장 9일 쉴 수 있는 ‘황금 연휴’가 되자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려 인천국제공항으로 몰렸다. 역대 최다 인파라는 소식에 항공편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출발 예정 시각보다 4~5시간 전 공항에 왔지만, 출국 수속은 빠르게 끝났다. 공항 측이 가용 가능한 인원·장비를 총동원했기 때문이다.
승객들로부터는 “그동안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왜 안 한 것이냐”는 불만도 나왔다. 작년 11월 말쯤부터 오전에 승객이 몰릴 때에도 보안검색대를 30% 정도만 열었고, 출국장에 들어가 보안검색을 기다리는 데에만 2시간 가까이 잡아먹어 비행기를 놓칠 뻔 한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안검색대 확대 운영하자 출국장 들어가는 데 1분, 보안검색에 1분
26일 인천공항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1월 24일~2월 2일) 10일 간 총 214만1000명, 일 평균 21만4000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설 연휴(일 평균 18만9815명)보다 12.8% 증가한 것으로, 개항 이후 설 연휴 기준 최대 규모다. 출발 여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은 25일(12만3000명), 도착 여객이 가장 많이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은 30일(12만1000명)이다.
12일 오전 7시 4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앞. /손덕호 기자
인천공항은 작년 11월쯤부터 인력 부족, 새로운 보안검색 장비 오류 등으로 출국수속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작년 11월 24일 인천공항을 이용한 김모(46)씨는 출국장 입구로 들어가는 데 60분을 기다렸고, 보안검색대 앞에서 다시 50분 간 줄을 섰다. 출발 예정 시각보다 2시간45분 일찍 공항에 도착했지만 5분 전에야 간신히 탑승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장 많은 출발 여객이 몰린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큰 혼잡은 없었다. 오전 7시 40분쯤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앞 대기줄은 10m 정도였고, 승객들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 지원을 나온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오전 6시30분쯤에는 50m쯤 줄이 서 있었지만 1시간쯤 지나자 해소됐다”고 말했다.
제1터미널은 혼잡하기는 했지만 대기줄이 지나치게 긴 수준은 아니었다. 항공편을 놓칠까 일찍 온 승객들로 새벽 5시쯤에는 붐볐지만, 출국장이 모두 운영을 시작한 오전 6시쯤부터 혼잡이 서서히 해소됐다. 오전 8시쯤 출국장 문 8곳 앞에는 각각 200~300명쯤 되는 승객들이 서 있었다. 공항은 일반 승객이 이용하지 못하는 승무원·교통약자 우대 출입구도 열었다. 덕분에 줄을 서서 10분 정도면 출국장에 들어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25일 출국한 4명의 시간대별 상황.
이날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들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모(31)씨는 이날 낮 12시 일본 기타큐슈로 출발하는 항공편에 탑승하기 위해 오전 8시쯤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체크인은 10분만에 마쳤고, 오전 8시40분쯤 출국장에 들어가는 줄을 섰다. 입장에 1분 걸렸고, 보안검색에는 다시 1분 걸렸다. 출국장 안에 있는 보안검색대 10여 대는 대부분 가동되고 있었다. 하씨는 “지난 번에 왔을 때에는 보안검색이 꽤 오래 걸렸던 것 같은데, 이렇게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데 그동안 왜 안 했던 걸까”라고 말했다.
20대 후반 박모씨는 이날 낮 12시 25분에 출발하는 영국 런던행 항공편에 탑승하려 5시간 전 공항 제1터미널을 찾았다. 백모(33)씨는 일본 도쿄로 떠나는 오전 11시50분 출발 예정 항공편에 타기 위해 4시간 20분 전 역시 1터미널에 도착했다. 박씨와 백씨는 출국 수속을 마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지만, 예상했던 정도의 혼잡은 없었다고 했다.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출국을 앞둔 승객들이 라운지에 입장하려고 줄을 서 있다. /독자 제공
출국 심사 마친 뒤 공항 내 식당 부족… 의자 없어 바닥에 앉기도
설 연휴에 우려와 달리 공항 출국장에 큰 혼잡이 없었던 것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마련한 대책 덕분으로 보인다. 공사는 설 연휴를 앞두고 출국장 운영 시작 시각을 30분 앞당겼고, 보안검색대를 기존보다 확대 운영했다. 체크인 안내·지원 인력도 평시보다 21%(117명) 늘렸다.
그러나 서비스 품질에서는 아쉬움이 나왔다. 런던으로 떠난 박씨는 “예전보다 직원들의 친절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했다. 여성들이 신는 긴 어그부츠를 바뀐 규정에 따라 벗어서 작은 바구니에 담아 보안검색대에 올려야 했는데, ‘벗은 부츠를 어디에 둬야 하느냐’고 묻자 직원이 부츠를 잡아서 던졌다고 한다. 박씨는 “전반적으로 태도가 퉁명스러웠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심사를 마친 승객들이 바닥에 앉아 항공편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독자 제공
백씨는 “잘못하면 비행기를 놓친대서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출국 수속을 마쳤다. 안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더니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터미널 내 식당에 빈 자리가 하나도 없더라”며 “공항 내 라운지도 입장하는 데 30분 기다렸다”고 말했다.
출발 예정 시각보다 4~5시간 전에 도착한 승객들은 출국 심사를 마친 후 2~3시간 동안 공항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앉을 의자가 부족해 일부 승객들은 바닥에 쭈그려 앉는 모습도 연출됐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