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업계 복장 규정 강화 추세
노출·문신·체취·문구 따라 탑승 거부
지난해 10월 초 크롭톱 차림으로 스피릿 항공 국내선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복장 불량'을 이유로 승무원에게 쫓겨난 두 여성. 인도 방송사 NDTV 인스타그램
항공사들이 승객에게 점점 더 엄격한 복장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저비용항공사(LCC) 스피릿 항공은 최근 새로운 복장 규정을 통해 신발을 신지 않거나 옷을 적절하게 입지 않은 경우, 옷이나 신체 장식이 외설적이거나 불쾌감을 주는 경우 비행기에서 내리게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부적절한 복장으로는 안이 비치는 옷, 노출이 심한 복장, 가슴이나 엉덩이 또는 기타 사적인 신체 부위가 드러나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신체 장식은 문신을 포함한다.
가슴 부분이 어느 정도 패인 티셔츠를 입거나 너무 짧은 반바지를 입은 승객, 문신이 과한 승객은 탑승을 거부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탱크톱 위에 시스루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도 비행기에서 쫓겨날 수 있다.
스피릿 항공은 지난해 10월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올리언스로 가는 국내선 기내에서 여성 2명을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출발 전 강제로 내리게 했다. 이들 여성은 배가 드러나는 크롭톱을 입고 있었다. 가슴이 다소 패인 옷이었지만 탑승 거부를 당할 만큼 부적절한 복장은 아니지 않으냐는 반론이 쏟아졌다.
신체 노출이 없더라도 옷에 적힌 문구나 그림 때문에 탑승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 올해 1월에는 역시 스피릿 항공 국내선 여객기에 탑승한 40대 남성이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문구가 적힌 후드를 입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새 복장 규정 발표는 이들 사례로 불거진 ‘근거 부족’ 비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세세하게 제시하기는 어려운 만큼 어느 정도까지를 규정 위반으로 보고 하차시킬지는 사실상 승무원 재량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스피릿 항공 같은 논란이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항공사도 저마다 승객 복장 규정을 두고 있다. 대부분 ‘적절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거나 ‘외설적이거나 불쾌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정도로 느슨한 편이다.
노선 특성상 해변을 즐기러 가는 여행객이 많은 하와이안 항공은 수영복 차림을 금지한다. 이 항공사는 ‘상의는 반드시 입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바지는 허용되지만 수영선수가 입는 것처럼 몸에 착 달라붙은 수영복 하의나 비키니 하의는 금지 복장이다. 맨발로 타는 것도 안 된다.
어떤 경우라도 옷은 외설적이거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와이안 항공은 명시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도 외설적이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옷은 기내에서 입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신발 착용도 필수다.
아메리칸 항공은 승객이 적절한 복장을 하도록 규정했다. 구체적인 복장 금지 항목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맨발이나 불쾌감을 주는 옷차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정도다.
이들에 비해 델타 항공의 복장 제한 규정은 구체적인 편이다. 이 항공사는 행동, 복장, 위생, 체취가 다른 승객에게 불쾌감이나 짜증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카타르 항공은 좌석 등급별로 다른 복장 규정을 적용한다. 이 항공사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은 ‘스마트 캐주얼’ 복장을 해야 한다. 복장의 편안함으로 보자면 반바지와 운동복,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을 수 없는 일반 승객보다 높은 제약이다.
카타르 항공은 홈페이지에서 “목적지에 따라 착용해야 할 옷의 종류에 대한 규칙과 규정이 다르다”며 “이 복장 규정은 승객의 편안함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