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가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고인과 그의 동기 두 사람을 제외한 기상캐스터 단체대화방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8일 강명일 MBC 노동조합(제3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故 오요안나 사건의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강 위원장은 지난해 고인이 사망했음에도 MBC에 부고가 뜨지 않았다며 "지난해 9월 15일 사망 전인 9월 6일에도 1차로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시도가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도 (MBC 내부에) 보고가 됐을 거다. 오요안나 씨가 이때 안면에 부상을 입었다. 넘어져서 치아가 깨졌다고 얘기를 했는데 동료 아나운서한테 방송을 부탁하면서 일주일 동안 방송을 못했고 그다음 일요일(9월 15일)에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연 기상 파트나 기후환경팀에서 이 사실을 몰랐을까. 몰라서 이 부분을 보도국에 얘기를 안 했다는 걸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MBC가) 이 사실을 인정한 게 지난해 12월 초인데 당시 보도가 나올 때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유서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회사가 고인의 사망 사건을 쉬쉬하고 덮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또 "유족에 따르면 오요안나 씨가 1년 동안 받은 월급 명세서에 찍힌 돈은 1600만 원"이라며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상캐스터들 사이에서의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방송국의 실정을 꼬집으며 "MBC가 저가로 연봉을 주면서 노동 착취를 해온 구조가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놀라운 사실은 유퀴즈 사건 이후 기상캐스터 6명 단톡방이 오요안나 씨와 그의 동기까지 2명을 제외한 4명 단톡방이 됐다"며 "2명을 왕따시키는 방을 만들었다"고도 전했다.
앞서 공개된 고인과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가해자는 고인이 과거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자 "너 뭐 하는 거야?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 할 수 있어?"라며 고인을 깎아내리는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고인이 남긴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그가 사망한 뒤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어 MBC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MBC는 28일 오요안나가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고충을 알린 사실이 없다면서도 유족이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KBS는 고인의 유족들이 가해 직원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