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미얀마 라카인주(州)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군부의 공습으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지 4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군부와 반군 간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미얀마는 초토화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평화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아 국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2월 1일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을 몰아냈지요. 이에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각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거세게 군부에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형제동맹'은 2023년 10월 중국과 인접한 샨주에서 합동 작전을 시작해 군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군부는 북동부 샨주와 서부 라카인주에서 지역사령부를 점령당하는 등 국토 외곽 지역 주요 도시와 기지를 반군에 빼앗겼습니다.
NUG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330개 타운십(구) 가운데 144곳을 저항 세력이 통제하고 있으며, 이 중 48곳은 완전히 점령했다고 밝혔습니다. 군정이 107곳을 장악하고 있으며, 나머지 79곳에서는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미얀마군이 무차별 공습을 강화하면서 민간인 사상자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지뢰에 따른 사상자가 상당합니다. 인권단체인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현재까지 군부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6215명입니다. 사망자에는 어린이 709명, 여성 1384명도 포함됐습니다. 쿠데타 이후 정치범으로 체포된 사람은 2만8390명이고, 이 중 2만1668명이 구금 상태입니다. 내전이 격화하면서 난민도 크게 늘었습니다. 유엔은 미얀마 난민이 전체 인구의 약 6%에 달하는 350만명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미얀마 경제는 쿠데타 이후 이어진 혼란에 물가 상승, 통화 가치 하락, 전력·노동력 부족 등으로 파탄 위기입니다. 국민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고,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위험한 환경에서도 일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의료체계 또한 무너져 아픈 사람들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B)은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해 -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WB는 "올해 선거를 앞두고 분쟁이 더욱 격화하거나 홍수 등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혼란이 커져 국민을 깊은 빈곤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내전으로 인한 치안 공백 상태에서 미얀마는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이 됐습니다. 국제 온라인 사기 조직이 몰려들어 범죄 온상으로도 부상했습니다. 보이스피싱·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 국제적 사기를 벌이는 대규모 사기 작업장이 미얀마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수세에 몰린 군부는 지난해 9월 돌연 반군에 휴전을 제안하며 선거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요청했지요. 그러나 주요 반군 세력은 대화 제안을 일축했습니다. 그러자 중국이 나섰습니다. 중국은 미얀마 군정 붕괴를 막기 위해 국경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재로 군정과 MNDAA가 휴전 협정을 체결해 지난 18일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미얀마군과 반군의 휴전 합의가 깨진 바 있고,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난 반군도 존재합니다. 군정이 추진하는 총선이 쿠데타 이후 지속 중인 국가비상사태 체제를 끝내고 순조롭게 민정 이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군정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과 러시아는 총선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 등 서방국과 미얀마 민주 진영은 군정 주도 선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보면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개입과 해결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