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USAID 처장 대행
USAID 본부 폐쇄에 직원 600명 컴퓨터 접근 차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해외 원조를 중단한 가운데 해외 원조를 담당하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국무부 산하 조직으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나는 USAID 처장 대행"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USAID에 대해 "독립적인 비정부 기관인 것처럼 행동한다"며 "많은 경우 USAID는 우리가 국가 전략에 따라 하려는 일에 상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를 개혁하려고 노력한 지 20~30년이 지났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이날 USAID 소속 직원들은 이미 대거 직무정치 조치를 당했다. 로이터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USAID의 입법 및 공공 업무국 등에서 근무하는 약 30명의 직원이 하룻밤 사이 이메일에 대한 접근 권한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지난 한 주 동안 직무 정지된 USAID 직원은 약 100명에 이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DOGE) 관계자들의 USAID 진입을 막아선 최고 보안 관계자 2명이 주말 동안 직무 정지 조치를 받았다.
또 USAID는 본부 건물을 직원들에게 폐쇄했다. USAID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기관 리더십의 지시에 따라 워싱턴 DC의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 있는 USAID 본부는 2025년 2월 3일 월요일부터 기관 직원들에게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적었다.
USAID 홈페이지도 1일 돌연 폐쇄됐고, 6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컴퓨터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USAID를 두고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둥지'라는 격앙된 표현을 사용해 왔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USAID는 범죄 조직. 이제 죽어야 할 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에게 이 기관(USAID)의 효율성을 감독하도록 맡겼다"고 언급했다.
USAID는 지난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설립한 부처로 1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며 빈곤 완화, 질병 치료, 기근 및 자연재해 대응을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민주주의 증진과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모든 연방 보조금 집행을 일시 중단하면서 해외 원조도 대부분 동결됐다. 이에 태국 난민캠프 야전병원, 분쟁지역 지뢰 제거, 에이즈(HIV) 환자 치료용 의약품 제공 등 원조 프로그램들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USAID 축소 조처에 워싱턴 도심에 있는 USAID 본부 밖에는 약 50명의 시위대가 몰리기도 했다.
2023 회계연도 기준으로 USAID에 배정된 예산은 400억 달러(약 58조 6000억 원)로, 미국 연방 정부 한 해 예산인 6조 8000억 달러(약 9930조 원)의 0.5%에 불과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