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성전환자 여성 스포츠 출전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자가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러한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서명에 사용한 펜을 이들에게 나눠주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성전환자의 여성 경기 출전을 허용한 각급 학교에 모든 연방 지원을 금지한다는 게 행정명령의 골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언급한 핵심 공약의 하나다. 여성 스포츠에 체력적으로 우수한 성전환자가 참여하는 건 여성에 대한 차별이자 불평등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 취임사에서도 자신의 행정부에서 성별은 남성과 여성 2개뿐임을 선언한 바 있다.
5일(현지시간) 성전환자 여성 스포츠 출전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전 연설에서 “오늘 내가 한 조처로 세금 지원을 받는 모든 학교는 남자를 여성 스포츠팀에 참여시키거나 (여성) 라커룸을 침범하도록 하면 ‘타이틀 9’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연방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틀 9’는 연방 기금을 받는 학교 및 기타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으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정반대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성전환 학생의 여성 스포츠팀 참여를 금지하는 것이 타이틀 9를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규칙을 시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공립 초·중·고교와 거의 모든 미국 대학에서 여성 운동 선수에 대한 공격이 사실상 종식될 것”이라며 “우리가 놓친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있다면 행정명령을 통해 신속히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를 비롯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에 나서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여성 스포츠에서 광기를 없애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급진 좌파는 생물학적 성의 개념 자체를 없애고, 전투적인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로 대체하기 위해 전면적 캠페인을 벌여 왔다”고 주장했다.
5일(현지시간) 성전환자 여성 스포츠 출전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을 언급하며 성전환 선수에게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내 행정부는 LA에서 남자들이 여자 선수를 때리고 폭행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크리스틴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놈 장관은 미국에 들어오기 위해 여성 선수라고 속이는 남자 선수들의 비자 신청을 거부하는 것을 매우 잘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파리올림픽을 잊을 수 있을까.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에게 잔인한 폭행을 가해 46초 만에 기권하게 만들었다. 2명의 성전환을 한 사람이 금메달을 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여자 복싱 66㎏급 칼리프 이마네(알제리)와 57㎏급 린위팅(대만)을 가리킨 언급이지만 이들이 성전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CNN은 지적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여성으로 살아왔고 여권상 성별이 여자로 돼 있으면 출전을 허용하는 규칙에 따라 올림픽에 참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별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림픽에 앞서 2023년 국제복싱연맹(IBA) 주최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두 선수는 일반적으로 남성을 뜻하는 ‘XY 염색체’가 있다는 이유로 실격당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