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중 공개 "모두에 영향"
무역적자·플랫폼 규제 명분
수출 100억달러 감소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10일(이하 현지시간) 또는 11일 '상호관세' 관련 발표를 한다고 밝히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전쟁'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사정권에 포함될 경우 최소한 100억달러 안팎의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상호 관세 관련 발표가 10일이나 11일 회의 후 이뤄질 것이라고 시점을 특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한 나라가 우리에게 얼마를 지불하거나 얼마를 부과하거나, 우리가 똑같이 하는 방식이다. 매우 상호주의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어떤 나라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어떤 품목에 대해 관세를 적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음 주에) 아주 간단히 설명할 것이다. 이것(상호 관세)은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라고 말해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사실상 대부분의 국가를 대상으로 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상호무역법'의 초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상호무역법에는 상대국이 미국에 관세나 세금을 부과하면 미국도 동일한 수준의 상호 관세 또는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 파트너들과 무역 전쟁에서 중대한 확전 조치로 상호 관세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정·재계의 관심은 일단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대부분의 관세를 폐지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상호 관세의 적용을 받더라도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의 8번째 무역 파트너 국가라는 점, 그리고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을 상대로 관세 조치를 발표했을 당시 마약 밀수, 불법 이민 등 다른 문제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상호주의'를 확장해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호관세'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상 보편관세를 위한 명분일 가능성이 높다. 무역적자 뿐 아니라 특정 품목의 교역 불균형, 상대국 내부의 조세 제도까지 문제로 삼아 보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타임지 인터뷰 등에서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에 대해 '부자 나라'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USTR) 지명자가 한국 등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내놓은 것 역시 불안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FTA의 일종인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맺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도 관세 부과 카드를 내놓은 바 있는 만큼, 한국이 예외로 될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는 낮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에 예고했던 관세를 부과하고 여기에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10%의 보편관세를 추가할 경우 한국 총 수출이 130억달러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편관세 적용 시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폭은 7.85%로, 최근 3개년(2022∼2024년) 미국의 수입 상위 30개국 중 칠레(-2.26%), 호주(-7.04%), 일본(-7.32%)에 이어 네 번째로 적게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무협은 한국이 보편관세 대상에서 빠지고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갈 경우에는 수출 감소폭이 단 0.03~0.1%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한국이 대응할 방법은 현 시점에서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일본처럼 한미 정상회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미 투자 확대와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 등의 선물보따리를 안겨주는 방안도 고려될 순 있으나, 대통령 직무대행 체제인 한국과 정상회담 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처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현재까지 언급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특정국 관세 조치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제한적"이라며 "아직까지는 보편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보편관세가 도입되는 시점이 수출 감소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관이 선제적으로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확대하고 관세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