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층 결혼 외면에 작년 건수 집계 이후 최저…
경기부진 속 복권구입액 사상 최초 6000억위안 돌파
중국의 한 결혼식장./사진=바이두
중국의 혼인건수가 집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중국인 복권 구입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양육비와 교육비용 부담에 청년층이 선뜻 가정을 꾸리지 못하는 가운데 불황형 사행산업에 기대는 심리는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민정부는 지난 8일 '2024년 4분기 민정통계'를 내고 지난해 전국에서 610만6000쌍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해 혼인신고 768만건에 비해 무려 20.5%나 줄어든 수치이며, 1980년 혼인법 개정으로 혼인신고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건수다.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지난 2013년 1347만여건으로 고점을 기록한 후 이듬해부터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 1000만쌍을 처음으로 하회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급감, 2022년에 600만건대로 진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효과로 2023년 반짝 늘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혼인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의 청년인구 감소다. 중국의 전체 인구는 여전히 14억명(작년 14억828만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청년층(16~24세) 비중은 지난 2010년 약 20%에서 2020년 약 12%, 2022년 약 10.5%로 급감하고 있다. 결혼적령기로 꼽히는 20대 중반~30대 중반 인구도 이 기간 지속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결혼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건 청년층의 가처분소득 감소다. 돈이 없으니 결혼하기 힘들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제경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전년 동기 대비 5.2% 늘어난 3만941위안이었는데, 2023년 연간 3만9218위안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4만위안(약 7951만원)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청년층을 특정하면 가처분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워낙 높은 청년실업률 탓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3년 6월 사상 최고치인 21.3%의 청년실업률을 발표한 후 아예 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같은 해 12월부터는 중고교생과 대학재학생을 아예 실업률통계에서 뺀 새 집계방식을 도입했다.
기준까지 바꿨음에도 중국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15~18%를 오르내린다. 이 가운데 지난해 약 117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대학졸업자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나온다. 백수가 넘쳐나는데 전체 가처분소득 증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방정부 공공부문 채용 조기시행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의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백약이 무효다.
이푸시안 위스콘신매디슨대 인구학자는 "중국의 결혼 감소 흐름은 전례가 없는 수준이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 정부의 정치경제적 야망은 인구통계의 아킬레스건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점에 발표된 중국의 사상 최고 복권판매액 신기록 역시 중국 사회에 시사점이 크다. 중국 재정부는 10일 지난해 복권 총 판매액이 6234억8600만위안(약 124조원)으로 전년 대비 7.6%나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에선 1984년부터 복권 판매가 시작됐는데, 연간 판매액이 6000억위안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방을 노리는 대표적 불황형 사업이 바로 복권이다.
복권에 몰리는 중국인 중 대부분이 청년층일 거라는 분석은 중국인들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의 지난 2023년 복권판매액(약 115조원) 역시 당시로선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현지 시장조사업체 몹데이터는 당시 구매자의 80% 이상이 18~34세였다고 보도했다. 2020년 같은 조사에서 18~34세 비중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