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동향] 트럼프, 멕시코만→아메리카만으로 이름 변경
AP통신 멕시코만 호칭 유지하자 백악관 출입금지… “보복 조치”
▲ AP통신(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멕시코만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 조치에 응하지 않는 AP통신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해 논란이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백악관 기자협회 역시 정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있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 이름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이라고 변경해야 한다면서 호칭 변경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매년 2월9일을 '아메리카만의 날'로 선포했다. 미국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만의 이름에 멕시코가 들어가는 것은 미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멕시코 정부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지난달 23일 편집지침을 발표하고 "멕시코만은 400년 이상 그 이름을 유지했는데, 행정명령은 인정하지만 원래 이름을 그대로 언급할 것이다. AP통신은 전 세계에 뉴스를 전파하는 기관이므로 모든 독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가 보복에 나섰다. AP통신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것이다. 줄리 페이스(Julie Pace) AP통신 편집장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백악관이 AP통신 취재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백악관은 AP통신이 아메리카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면 백악관에서 열리는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 참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실제 AP통신 기자는 지난 11일 행정명령 서명식을 취재하지 못했다.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줄리 페이스 편집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AP통신의 저널리즘 활동을 제재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AP통신 지침을 근거로 취재를 제한하는 건 명백한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취재는 특권이며, 어떤 기자가 취재할지 결정하는 건 우리의 권리"라고 했다.
언론계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AP통신 지지 입장을 밝혔다. 미국 표현의 자유 보호단체 펜아메리카(PEN America)는 지난 12일 "트럼프 행정부 조치는 언론에 대한 보복이며, 언론이 자신들에게 순응하도록 괴롭히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유진 대니얼스(Eugene Daniels) 백악관 기자협회장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조치를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는 언론사가 어떻게 보도할지 지시할 수 없다. 편집지침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기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멕시코만이라는 호칭을 유지하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2일 보도에서 "AP통신 스타일북은 전 세계 많은 뉴스룸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저널리즘 언어의 주요 기준이 된다"며 "워싱턴포스트는 '아메리카만'이라는 이름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미국 이용자에겐 아메리카만, 멕시코 이용자에겐 멕시코만이라고 노출한다. 미국·멕시코 외 이용자에겐 두 이름이 함께 보인다.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