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만원 넘은 달걀…핵안전청 해고에 이어 논란
특별조사국 국장 해임 사건, 대법원 판단 앞둬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트레이더조 매장에 진열된 달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달걀 가격이 폭등했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관련 부처 공무원을 대거 해고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주도로 진행 중인 트럼프 정부의 연방정부 감축 작업이 필수 인력까지 해고하는 등 무리하게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16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농무부 산하 국립동물보건소네트워크 프로그램 사무국의 직원 25%가 트럼프 정부의 공무원 감축 대상에 포함돼 해고됐다.
이곳 직원은 14명에 불과하지만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응하는 전국 58개 연구소 업무를 담당하는 등 동물 질병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한 ‘최전선’ 역할을 한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해고 조치 이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일부 연구소는 조류 인플루엔자 검사 등 대응이 더 느려질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미국에선 조류 인플루엔자가 가금류 농장을 덮친 이후 최근 달걀 가격이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농산물시장조사업체 엑스파나에 따르면 지난주 도매 시장에서 12개들이 달걀 가격은 8달러(약 1만1500원)를 넘었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뛴 가격이며 사상 최고치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선 달걀 공급처 상황에 따라 일반 식료품 판매장에서 달걀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핵무기 관리·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핵안전청(NNSA) 소속 직원도 1800명 중 300여명을 해고해 논란이 불거졌다. 미 언론들은 구조조정을 시행한 이들이 NNSA 담당업무가 무엇인지조차 몰랐으며, 뒤늦게 해고를 취소하고 복직을 추진했으나 해고된 이들 대부분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데이토나 자동차 경주에 참석한 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국제공항에 착륙해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해임한 연방정부 내 감찰기구 수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햄튼 델린저 특별조사국(OSC) 국장을 해임했다. 연방정부 감시기구 중 하나인 OSC는 공직자 비위 감찰, 공익제보자 보호, 연방 공무원의 정치 활동 참여 금지를 규정한 해치법에 따른 관리·감독 등 업무를 맡는다. 델린저는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 지명으로 지난해 상원에서 인준된 뒤 5년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임 통보를 받았다.
델린저는 해임이 부당하다며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워싱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법적 독립성이 보장되는 특별조사관은 5년 임기가 규정돼있으며 비효율성·직무 태만·비위 등 사유로만 해임할 수 있다’는 델린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임 조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정부는 “법원의 행정권 탈취 행위”라며 이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해고한 특별조사국 국장 햄튼 델린저.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공무원을 대폭 해고해 연방정부를 재편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대법원이 ‘행정권 제한의 범위’를 따지는 첫 사례가 된다. 연방법은 독립기관의 수장을 정치적 동기에 의한 해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행정권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라고 반발해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행정조치 등 여러 정책이 법적 분쟁에 휘말린 가운데 처음 나오는 대법원 판단이란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법원은 국제개발처(USAID) 직원 강제 휴직 등 구조조정 방안, 출생시민권 제한, 트랜스젠더 청소년 지원 차단 행정명령 등에 제동을 걸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