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에 희토류 개발 협력 제안
EU는 러시아 추가 경제 제재 발표
미佛 정상, 우크라 유럽평화유지군 배치 공감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친러시아 기조로 유럽과 엇박자를 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이해 유럽연합(EU)이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감싸기'에 화답하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희토류 금속 분야에서 협력할 뜻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푸틴과 경제 개발 거래 논의"…유럽은 대러 추가 제재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뤄질 주요 경제 개발 거래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화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트루스소셜에 전하며 우크라이나 외에도 중동, 에너지, 인공지능(AI), 달러의 위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는 러시아에 강경 노선을 유지한 채 경제 제재안을 추가로 내놓은 유럽과 상반된 행보다. 이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러시아에 대한 16차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 제재안에는 러시아산 알루미늄의 수입을 향후 12개월간 전년도 수입량의 80%로 제한한 뒤 수입량을 점차 감축해 2026년 말부터는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은 경제뿐 아니라 대외정책에서도 친러시아 성향을 견지해왔다.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침략국으로 규정하고, 대외 정책 틀을 짜온 유럽과 달리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며 러시아와 부쩍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그런 단어를 안 쓴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보여주듯 미국이 유엔(UN)에 제출한 결의안에는 러시아의 침략 관련 문구는 빠져 있었다.
푸틴, 트럼프에 "희로튜 금속 협력 제안"…국방비 감축도 시사
미국의 친러시아 행보에 화답하듯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희토류 금속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제안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타스·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등 다른 외국 파트너들과 희토류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뒤 나왔다.
러시아가 보유한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미국과 공동 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시절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새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알루미늄 생산 시설을 추가로 세울 계획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와 미국이 국방비를 50% 삭감하는 합의를 이룰 수 있고 중국도 이에 동참할 수 있다며 "우리는 그것이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국방비 50% 감축 제안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모든 것을 정리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정상회담 중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라며 "나는 (그들에게) 국방비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하고 싶다"고 했다.
마크롱·트럼프, 러·우전 종전에 시각차…평화유지군 파병엔 공감대 형성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바라보는 미국과 프랑스의 시각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초점은 가능한 한 빨리 휴전을 달성하고 영구적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자 어쩌면 유일한 시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의 시급성에 방점을 찍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마크롱 대통령은 "분쟁을 종식시키고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하며 지속적인 평화 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휴전을 원한다"고 했다.
다만 평화유지군 파병에 대해서는 양국이 공감대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유럽의 평화유지군 배치를 수용할지와 관련해선 "그(푸틴)는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