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도 총 들면 6500만원…파격 유인책 내건 러시아

러시아 매체 '메디아조나', 사상자 현황 발표
작년부터 40대 이상 계약병 전사 비율 늘어
거액 현금·채무 탕감 등 조건 내걸어 모집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만 3년을 지나며 장기화된 가운데, 인력난을 겪는 러시아 당국이 거액의 현금과 채무 탕감 등을 내세워 자원입대를 유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로 인해 70대 남성도 최전선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 매체 '메디아조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인 전날 러시아군 사상자 발생 현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발표했다.
 

러시아 군인의 모습. AP연합뉴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2월 24일 전쟁 발발한 직후 전사자 대다수는 특수부대와 정규군 병사들이 차지했다. 같은 해 가을께 예비군 30만명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내려지면서 평균 나이 30대 중반의 예비군 전사자가 늘어났다. 지난 2023년부터는 러시아 각지 교도소에서 징집한 죄수병과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비롯한 민간군사기업(PMC) 용병들이 전사자의 주류가 됐다.

전쟁 3년 차인 2024년부터는 40대 이상의 '계약병' 전사자 비율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거액의 보너스와 후한 임금, 채무 탕감 등 조건을 내걸고 자진 입대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한 결과로 보인다. 러시아 내에서 자원입대 혜택이 가장 후한 지역으로 알려진 사마라주에서는 이달 기준 400만루블(약 65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지역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인 6만 5000루블(약 106만원)과 비교할 때 상당한 거액을 주는 셈이다.

오스트리아 빈 인문학연구소(IWM)의 사회학자 키릴 로고프는 "모스크바의 자원 입대자는 200만루블(약 3200만원)을 위해 가족 모두를 데리고 모병사무소를 찾는다"며 "모두 그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고 있다. 이 돈은 막 결혼한 아들을 위해 아파트를 사는 데 쓰일 것이고, 또 다른 아들은 대학에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족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인들도 총을 들고 최전선에 나가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 남성 유리 부쉬코프스키의 나이는 69세로 알려졌다.
 

전쟁 발발 만 3년을 나흘 앞둔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 미카엘 대성당을 둘러싼 '추모의 벽'에 전사자의 사진이 빼곡하게 붙여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개전 3년이 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측 군인 사상자는 130만명으로 추산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낸 전쟁으로 기록됐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추산에 따르면 올해 1월 초 기준 러시아군 17만 2000명이 사망하고 61만 1000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50만명 안팎으로, 러시아보다는 적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신병을 전선에 마구잡이로 투입하는 전술을 쓴 것이 이유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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