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치료 콘텐츠 '슈블리맘', '예쁠림' 화제
'팔이피플' 언급량 전년대비 26.1% 증가
"과한 풍자,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
출처=유튜브 '핫이슈지'
최근 특정 인물을 패러디한 '거울 치료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를 칭하는 '팔이피플'을 풍자하는 패러디 영상들이 주목받고 있다.
26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의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5일까지 한 달 동안 '팔이피플'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했다.
팔이피플은 판매한다는 뜻의 '팔이'와 사람을 의미하는 영단어 '피플'의 합성어다. 특색있는 콘텐츠와 볼거리로 팔로우를 모았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을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면서 과장된 홍보나 감성적인 스토리를 선보여 이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차팔이(자동차 판매업자)', '폰팔이(휴대전화 판매업자)'처럼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슈블리맘' 평균 조회수 200만회
얼마 전부터 '대치맘' 패러디로 연일 화제가 되는 이수지, 개그 전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등에서 팔이피플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수지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팔이피플을 패러디한 '슈블리맘'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이어 '붓기차 빼빼수 첫 공구 오픈', '쑥떡이들 소통하자' 등의 풍자 콘텐츠를 게시했는데, 해당 영상들 조회수는 각각 약 200만~250만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수지는 영상에서 팔이피플 특유의 말투와 감성적인 표현을 활용해 "정보 요정 슈블리맘이 시원하게 공유해드릴게요", "소통해요. 우리 애정템 정보 공유합니다", "공장장이랑 싸우고 저렴하게 데려왔어요" 등의 대사를 선보이며 공구(공동구매) 인플루언서들의 전형적인 홍보 방식을 재현했다.
출처=유튜브 피식대학 '예쁠림'
피식대학에서는 개그우먼 이예림이 '예쁠림'이라는 캐릭터로 팔이피플을 패러디했는데,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20만 회를 넘겼다.
예쁠림은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하는 콘셉트다. 그는 "'이혼 서류 작성할 때 썼던 펜', '이혼 전문 변호사' 등을 공동 구매할 계획"이라며 인플루언서들의 과장된 홍보 방식을 풍자했다.
"소비자, 팔이피플 판매 방식 피로감 느껴"
출처=유튜브 '핫이슈지'
슈블리맘과 예쁠림은 팔이피플에게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전형적인 표현을 꼬집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다.
인플루언서들은 주로 제품 리뷰, 사용 후기, 협찬 광고 등의 홍보성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팔로워들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이나 댓글을 통해 직접 판매를 유도한다. 최근에는 상품 사진만 올려놓고 가격이나 제품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격 문의는 비밀 댓글이나 DM으로 해달라"는 방식이다.
일부 판매자들이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개별 문의를 유도하는 이유는 △경쟁 업체와의 가격 비교를 피하기 위해 △소비자별로 다른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가격 변동이 잦은 상품을 실시간으로 조정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제13조 및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가 상품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상품의 가격, 배송비, 결제 방법 등 주요 정보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인플루언서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주요 이뤄지는 '공구'에도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공구는 일정 수량 이상의 구매자가 모이면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인플루언서들은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일정 조건으로 공구를 진행하고,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받아 일정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또한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으로도 수익을 얻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도 SNS에서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일수록 더 많은 팔로어를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이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공구', '공구마켓', '공구중'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330만개 이상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때때로 오픈마켓 등보다 비싸게 판매되거나 짝퉁으로 논란이 불거진 경우도 있어 "인플루언서가 팔로우를 호구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날 선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팔이피플 풍자 콘텐츠 인기를 상품 홍보를 위해 과장된 마케팅을 펼치는 모습이에 피로감이 쌓인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불투명한 가격 정책과 감성 마케팅에 지친 소비자들이 이를 풍자하는 콘텐츠에서 대리만족을 얻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 "잘못된 부분에 대한 풍자는 필요하지만, 과도해선 안돼"
다만 일부 패러디가 단순한 유머를 넘어 특정 개인이나 양심적인 판매를 하는 사업자까지 조롱하는 방식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 마켓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적당한 풍자는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조롱으로 흐를 경우 본래 목적을 벗어나 비난과 희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에 올라오는 과시 콘텐츠를 한번 꼬면서 소비자들의 이유 모를 불편함을 시원하게 긁어 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어필되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게 과할 경우 과장하지 않고 판매하는 사람까지 공개적으로 저격할 수 있고 물건이 진짜 필요해서 사는 소비자들에게도 화살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허위 정보나 과장 광고를 하는 것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공동구매 자체를 불신하게 만들 수 있다"며 "합리적인 경제 소비 활동을 위해 다양한 경제 행위들이 존재하는 데 이것들의 장점을 훼손하는 과도한 풍자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