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베드 누워 네타냐후와 칵테일…트럼프 '가자 홍보 영상' 역풍
▲ 트럼프 대통령 SNS 계정에 올라온 가자지구 홍보 영상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이 구상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미래 모습을 담아 느닷없이 띄운 '홍보' 영상을 놓고 각계에서 "저급한 취향"이 드러났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문제의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가자 해변 개발 구상을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것으로,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가자지구를 배경으로 향락이 넘치는 호화판 리조트를 등장시켜 "기괴하다"는 반응이 속출합니다.
미 NBC 방송,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각각 자신의 인스타그램, 트루스소셜 계정에 35초 분량의 영상을 올리자 거의 하루 사이에 조회수가 1천500만을 넘어갔습니다.
누가 이 영상을 만든 것인지 확인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AI로 만든 합성 영상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황금빛 해변가를 배경으로 수영복 차림으로 선베드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나란히 누워 칵테일을 마시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공중에 돈을 뿌리며 가자 주민의 환심을 삽니다.
마치 클럽을 연상케하는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도널드는 당신을 자유롭게 하려고 여기 왔다" "터널도 없고, 공포도 없는 트럼프의 가자지구가 바로 이곳" 등의 랩 가사가 이어집니다.
이 같은 영상을 놓고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 관계자는 "수치스러운 영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 영상과 굴욕적인 내용에서는 현실을 왜곡하고, 침략자의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인종차별적인 식민주의적 인식이 드러났다"면서 "가자지구를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현재 이스라엘이 미국을 등에 업고 자행 중인 '인종 청소'를 정당화하려는 속셈"이라고 규탄했다고 CNN이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또한 영상 밑에 남긴 댓글에서 "나는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긴 하지만 이 영상은 너무나 저급한 취향이다", "당장 삭제해주세요" 등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른바 '가자 리비에라' 구상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포함한 중동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같은 영상을 게시한 것입니다.
그는 이달 4일 백악관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 후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킨 뒤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나 아랍권 주변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 곳곳에서 일종의 '인종 청소' 구상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를 상대로 대규모 감세 공약을 밀어붙이는 중인 것과 맞물려 정치적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에서 이 같은 영상을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습니다.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