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대형 임용고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중등 임용고시 시험을 하루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또한 학원을 비롯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약 2주 앞둔 현재 학교는 물론, 연말 대학과 직장 동창ㆍ동기 모임 및 회식 등 일상 공간을 연결 고리로 집단 감염이 속출하면서 '3차 유행'이 현실화할 분위기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서울시, 동작구 등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학원에선 수강생 1명이 지난 18일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수강생과 직원 등 31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이날 오후 2시 기준 누적 환자는 32명으로 증가했다.
역학조사 결과 첫 확진자는 지난 14일 학원에서 수업을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구는 학원 수강생과 직원 등 밀접접촉자 214명을 대상으로 검체 검사를 진행 중으로, 이 과정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쏟아졌다. 확진자는 주로 건물 6층과 11층에서 나왔다. 구 관계자는 "학원은 폐쇄됐고, 일부는 자가격리중"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발(發) 감염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A씨를 비롯해 파주시에 사는 B씨, 전남 광주에 사는 C씨, 전북에 사는 D씨 등이 모두 집단 감염이 발생한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기 위해 집으로 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장 21일 예정된 중등임용고시 1차 필기시험이 문제다. 수험생 중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다, 수험장을 통한 'n차 감염'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21일 예정된 중등임용고시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고사장 방역을 강화해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확진자는 시험을 볼 수 없다. 자가격리자는 보건소에서 음성확인서와 외출확인서를 받은 뒤 17개 시ㆍ도교육청이 별도로 마련한 시험장에서 자신의 차량이나 구급차로 이동해 시험을 봐야한다. 이번 중등 임용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은 경기 1만4,422명, 서울 6,238명 등이다. 시험이 진행되면 전국에서 노량진 학원 관련 확진자가 불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노량진 임용고시 학원발 집단 감염에 수험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중등임용고시 시험을 연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글을 올린 청원자(아이디 kakao****)는 '임용고시는 시험 제도상 자신이 응시한 지역으로 이동해 시험을 치러야하는데 서울, 강원, 순천 등 현재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또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서울, 강원, 순천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하며 시험 연기를 요구했다. 결국, 교육부는 이날 오후 3시 긴급 회의를 열어 노량진학원발 집단 감염에 따른 자가격리자 시험장 확보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교도 비상이다. 경남 하동군 소재 중학교(26명), 충남 아산 소재 대학교(14명)를 비롯해 서울 동대문구 소재 고등학교(9명) 등에서 잇따라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연말을 앞두고 동기ㆍ동창 모임도 방역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 16일 첫 확진자가 나온 연세대 동기 모임 관련 확진자는 19명으로, 지난 6~7일 강원도 골프 모임을 통해 전파된 수도권 소재 학교 동창 운동모임 관련 확진자는 13명으로 집계됐다. 인천 남동구 가족 관련(40명) 및 경남 창원시 친목 모임(23명) 등 일상을 통한 집단 감염 불길도 이어졌다. 경기 안산시 수영장 관련(17명), 전북 익산시 대학병원 관련(11명) 확진자도 잇따랐다.
19일 고위 간부가 확진된 서울시청에선 하루 뒤인 이날 추가 확진자가 나와 본관을 폐쇄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