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으로 하루 300명 이상 발생하자 정부가 '3차 유행'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임용고시 수험생 등 30명 이상이 확진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총 확진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서자 서둘러 현 상황을 지난 2, 3월 대구· 경북 대유행(1차)과 8월 수도권 대유행(2차)에 이어 3번째 대규모 확산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확산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경고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한동안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진단은 3차 유행으로 하면서 처방은 1.1단계나 다름 없는 1.5단계에 머물고 있다"라며 "거리두기 격상을 선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 3월과 8월에 이어 3번째 유행이 진행 중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18일 “아직은 3차 대유행이라 지칭하기에는 좀 더 지켜봐야 될 부분이 있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불과 이틀만에 정부가 3차 대규모 유행을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가 3차 대유행이라고 판단한 것은 감염 양상이 기존 유행들에 비해 매우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감염재생산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고, 집단감염의 발생 양상도 산발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63명으로 이 중 320명이 국내에서 발생했다. 특히 수도권 확진자만 218명에 달하고, 서울은 127명으로 매일 20여명씩 신규 환자가 증가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총 확진자는 3만17명, 사망자는 501명으로 국내 코로나19 상륙(1월 20일) 305일 만에 각각 3만명과 500명 선을 넘어섰다.
확진자 1명이 몇 명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지 보여주는 ‘감염재생산지수’도 1.5를 넘어선 상태다. 환자 한 명이 1.5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불과 사흘전인 17일만 해도 1.15에 그쳤었다. 새로 감염이 일어나는 집단 수도 급증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일(11~17일) 간 24개 집단에서 438명이 새로 감염됐다.
그러나 감염 확산세에 비해 방역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단계 방역 수칙은 1단계와 2단계의 중간 정도에 맞게 엄격해야하지만 실제로는 1.1단계나 1.2단계 정도로 보일 정도로 낮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감염학회 등 11개 전문가 단체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효과적 조치 없이 1~2주 경과하면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는 2단계 격상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는 1.5단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반장은 “수도권의 환자 증가 추세가 완화되지 않고 계속 돼 1주일 간 하루 평균 (수도권) 신규 환자 수가 200명에 도달하는 등 2단계 기준을 충족한다면 2주가 경과되지 않아도 2단계 격상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